“엄마, 나 메리지 블루에 걸린 것 같아”
“그게 뭔데?”
“결혼 전에 오는 우울증.”
저녁 9시가 되어야 업무를 마치는 난, 잠자리에 일찍 들거나 저녁에 줌토크가 있는 날로 인해 야근이 잦은 큰딸과 며칠 대화를 하지 못했다. 그날은 업무 끝나자마자 식탁에 앉아 저녁을 주섬주섬 먹고 있는 딸 앞에 앉았다. “엄만, 맨날 바빠. 오늘은 저녁에 뭐가 없나 봐?”하며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대화가 소원해진 마음을 표출했다. 미안해진 난 눈웃음을 진하게 하며 큰딸 곁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데 대뜸 꺼낸 말이 우울증이라는 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느라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결혼을 앞두고 다양한 생각에 빠져 있었다. 내가 이 사람과 결혼하는 게 맞나 정말 난 이 남자가 좋은 걸까. 내가 사랑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책임을 질 수 있을까 결혼하면 내 인생은 포기해야 하는 걸까. 이 남자보다 더 자상하고 다정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아이를 낳고 싶은데 아이가 태어나면 내 인생이 없어져 버릴 것 같은 두려운 마음. 결혼 후 지방에서 살아야 하고 가족과 헤어져 살아야 하는 불안함이었다.
성인이 된 자녀와 살면 완전한 나로 독립되어 살 수 있을지 알았는데 인생에서 가장 묵직한 질문들을 나에게 해온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머리가 무거워진다는 말이 맞았다. 지혜롭게 답해 주 는게 뭘까 하는 난간에 봉착할 때가 많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경험하고 깨달았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이야기 해 주었다. 대화를 하다 보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이 정리되고 감정을 들여다 보면서 나를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양가감정 사이에서 나쁜 감정으로 인한 생각들은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끌어 갈수록 도와주었다.
결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첫눈에 반해서 사랑하고 이 사람이 평생동안 함께 할 배우자라고 한 번에 느껴지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또 그런 사람과 결혼하면 권태기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내가 선택하지 못할 땐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고 정확한 답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결국 선택의 몫은 나에게 있다. 타인에게 맞춰 살 때 모든 문제는 일어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