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 Jun 18. 2024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 사이의 거리


인연의 시작은 한 단체에 소속되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가 하면 주도적으로 만남을 만들어가는 인연도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 가치를 주는 방향에 따라 인연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 사이의 거리는 가는 방향이 같을 때 가까워졌다.  




올해 초 나는 에세이 클럽에 가입하여 7주 동안 글쓰기 수업에 참여했었다. 주어진 똑같은 주제로 동기들과 글을 쓰고 피드백과 첨삭을 받았다. 글쓰기를 시작한 동기는 잘 쓰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지만 내 글을 읽고 같이 공감해주시는 분들의 댓글을 보며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과제로 주어진 글과 자신이 쓰고 싶은 글 두 꼭지를 써서 우리는 매주 줌으로 만났다. 그리고 3  주 차가 되었을 때 선생님께서는 과제와 함께 동기들에게 어울릴 만한 형용사 두 개를 생각해 오라고 하셨다. 나이, 성별 그리고 사는 지방도 달랐다. 첫인상과 두어 시간의 토론 시간에 이루어진 대화만으로는 그들의 이름과 얼굴이 연결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난감했다. 또한 내가 알고 있는 형용사는 한정된 것들이었다.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 사이의 거리에 가까워지는 건 먼저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이미지와 연관 지어보는 일이었다. 글 벗들에게 어울리는 형용사를 선물하기 위해서 다양한 형용사들을 먼저 나열해 보고 그 뜻을 다시 생각했다. 그리고 그 들이 올린 글들을 다시 읽었다. 그 글 속에 담긴 사연과 사물을 보는 시선과 느끼는 감정이 담긴 추억 속에 글 벗들의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이름을 지어준다는 건 그들에게 관심 갖는 일이었고 마음에 가까이 가는 길이었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우리는 같은 방향의 길을 가고 있었고 형용사를 선물해주면서 그들의 면면을 좀 더 투명하게 알아 갈 수 있었다. 각자 가지고 온 형용사를 풀어놓는 순간, 공감하고 우리는 더 가까워졌고 알아갔다.     


내가 받은 형용사 선물들은 훔훔하다, 고상하다, 따뜻하다. 곰살맞다. 달보드레하다. 결곡하다(얼굴 생김새나 마음씨가 깨끗하고 여무져서 빈틈이 없다), 별빛닮은. 면면하다, 여리여리한 고요한이었다. 형용사가 이렇게 다양한 줄을 미처 몰랐다. 모두 마음에 들었다. 내가 살면서 만든 이미지였다. 예전엔 착한, 순한, 여성스러운 이런 형용사들이 나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난 좋아하지 않았다. 착하고 순하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순종적이라는 의미를 포함했다. 타인에게 기준을 두고 결정하는 주관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손해를 봐도 양보하고 희생하는 순하고 착하다는 이미지였다. 그들이 만든 범주에서 벗어나면 이기적인 사람이 돼버렸다. 여성스러움 또한 강하지 못하고 판단력이 흐린 사람이었다. 남성이 주도해야 하는 연약함으로 좋아하지 않는 형용사였다.   


   




새로운 관계 시작은 밋밋했던 일상의 공백을 기쁨으로 부풀게 하는 일이었다.

또한 객관화된 나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 사이의 거리로 인 해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인생의 징검다리인 기쁨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일상에 설렘을 가져다주는 일 또한 사람의 마음 사이의 거리가 아닌가 한다.           







이전 10화 우리 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