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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망버드 Oct 22. 2023

20.지금은 팔춘기 시대

팔춘기입니다.

아마도 이런 치료법을 붙일 것이다. 별다른 약은 없구요, 그냥 내버려두면서 지켜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수술이나 약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무리하게 수술을 하거나 안맞는 약을 쓰다가는 조금 힘들 수 있습니다.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구요. 구춘기 환자분 모두요. 그저 조금 내버려두세요. 시간은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다줄거예요. 아프면 병원에 가고, 알고 싶으면 학원에 가는데, 이럴 때는 대체 어디로 가야할까? 진정 알고싶다.우리 집은 아이들의 사춘기와, 제 2의 사춘기라고 하는 우리의 사춘기까지 팔춘기. 팔춘기의 소용돌이 안에서 내 갱년기는 슬그머니 명함을 내미려다가 주춤, 한다. 

'아, 회사 한달만 쉬고 싶다.'고 한숨을 쉬는 남편도 요즘 위험하다. 바야흐로 위험한 찐중년. 몇년전부터 돌파구로 사진에 빠져 한참을 은하수를 따라다니는 히치하이커 아니 사진가가 되었다가 조촐한 전시회도 하게 되었고, 지금은 예술가에 걸맞는 '아호'를 고심하는 단계다 못해 이름까지 바꿀지말지 고민에 이르렀다. 바야흐로 우리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또하나의 국면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변하지 않는 건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

남편은 첫째아이가 단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모두가 예상한 길과는 다른 길을 갈 때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지켜보는 일이야'라고 했다. 나는 이럴 때 그가 보살같다. 다른 것이 구원이 아니라.


은하수를 건너는 건 아름답지만 때로 그 별들의 밀도는 숨박히게 힘들수도 있다. 밀도높은 시간을 통과하는 일은 힘들지만, 그때만이 가능한 특권이기도 하다. 어린이날이 사실은 어린이를 위한다기보다는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어른들의 날일지도 모르듯 사춘기는 그저 사춘기라는 거울을 통해 과거를 투영하는 부모 그 자신일지도 모른다.아이를 통해 유년을 다시 살듯, 아이를 통해 사춘기 또한 살고 있는 것이다. 아이는 굴절렌즈다. 아이를 통해 어린 시절의 나를 보고, 그 때 우리 부모를 본다. 어떠한 유년이 중립적이듯 어떠한 사춘기도, 어떠한 중년도 중립이다. 우리들의 성장기이다. 그래서 두배로 사춘기, 팔춘기 시대에 필요한 것은 치료가 아니라 치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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