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한국
2009년 말, 드디어 2010년 상반기 워킹홀리데이 신청이 시작되었다. 이전까지는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 시 영어로 쓴 에세이를 제출해야 했는데,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 특수로 인해 비자 접수에 대한 목록 및 자격 요건이 많이 완화되었고 뽑는 인원 수도 기존의 400명에서 2010명으로 훨씬 늘어난 호재를 맞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해야 될 서류는 산더미 같았고,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뀐 절차에도 적응해야 했다. 새로 생긴 절차인 온라인 지원서 작성을 마치고 서류 준비에 들어갔다.
준비해야 될 서류는 다음과 같았다:
- 여권 사본
- 여권용 사진 1장
- 개인 기록 요약본
- 만 18세 이후의 모든 활동사항에 관련된 증빙서류
- 성적증명서
- 경력 및 병적 증명서 등
- 지원자 본인의 가족관계 증명서
- 재정서류 (본인의 예금잔액증명서 혹은 통장사본)
- 한국 범죄경력 자료 회보서 원본
영어 에세이가 없어진 대신, 선발 기준이 우체국의 서류 접수 시간으로 변경되었다는 말을 듣고, 모집 기간 첫 날인 11월 2일 아침 댓바람부터 일찌감치 우체국에서 서류 접수를 마쳤다. 우체국 안팎에서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서류 접수를 위해 대기하는 것을 보니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하는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드디어 발표날이 되어 떨리는 마음으로 합격자 확인을 한 결과, 꼼꼼히 준비한 서류들과 약간의 운이 따라 준 덕분인지 1차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워킹홀리데이에 합격한 후 다음 해야 할 일은 캐나다 대사관이 지정해 준 종합병원에 가서 건강 검진을 받는 것이었다. 16만 5천 원이라는 비싼 돈을 내고 결핵이 없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정부에서 하라는 데 어쩔 수 있겠는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한국이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이 1위라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캐나다에 다시 가고 픈 나의 마음을 사그라들게 하는 장벽이 되진 못했다. 신체검사까지 다 마치고 나니, 캐나다에서 1년을 일할 수 있는 워크퍼밋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승인되는 절차가 마무리 되었고 캐나다로 바로 출국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에서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남겨둔 상태였기에, 남은 학점을 정비하고 졸업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집중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정신은 온통 캐나다로 다시 돌아가는 목표에만 몰두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