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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봉감이 또 떨어졌습니다

충고를 남기고 떠난 대봉감

by opera


일주일 내내

멜랑꼴리 하게 내리는 비는 방울방울 소식을 흘러내립니다.

전선줄에 일렬로 앉아

떠남을 위한 만남의 담소로 아쉬움을 대신하듯

비 오는 아침이라도 제비들은 분주합니다.

태풍 소식이 있어도 바람은 심하지 않음을 위안으로 받아들이라는 말이라도 전하기라도 하듯...


간밤에 "너는 안녕했느냐"는 간곡한 마음으로

데크를 돌아 뒷마당 감나무를 향합니다.


몇 년 만에 처음 열매를 맺은 "감나무"라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기 시작할 때부터

아기 보듬듯 다정한 마음으로 돌봐 왔건만

아니, 사실은 어찌 돌봐야 할지도 모르는 "돌보미"인지라

사랑을 담아 하루하루 자라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었습니다.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좋았던 감나무에

생각지도 않게 많은 열매가 달린 것을 보고

"올해는 대봉감 나눠먹을 수 있겠구나~!"

기쁜 기대감으로 빨리 가을이 오기만 기다렸지만

어느 날 아침에도 뚝 떨어지고,

비가 심했던 날도 떨어지고

커가는 사이에

많은 아이들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남은 아이들은

이제는 제법 큰 아이가 되어 저를 매달고 있는 가지가 부러질까 염려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떨어진 감들은 그냥 보내기 아쉬워 며칠이고 초록의 자태를 남겨봅니다.


그리도 많이 달렸던 대봉감은

이제 스무 개도 남지 않은 듯합니다.

오늘 아침도 나가보니 역시 하나가 떨어져 있습니다.

어제까지 초록의 잎 속에서 빛 고운 자태를 뽐내며 달려 있었는데...

조금 어렸을 때는 감꼭지를 달고 떨어졌는데,

굵어진 다음에는 몸체만 떨어집니다.

이젠 제 몸이 본체를 이어주는 꼭지를 못 견디면

스스로 떨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아쉽지만 떨어지고야 말 녀석이었던 것입니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빨갛게 물들어가는 자태를 뽐낼 수 있을 대봉감이

몇 개나 될까 욕심 어린 염려를 하는 나를 보며,

떨어진 대봉감은 말합니다.

"너를 모질게 붙들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아느냐,

네가 놓지 않고 끝까지 불 들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정녕 제대로 알고 살아가느냐..."라고

꼭지도 없이 떨어진 대봉감은

진심 어린 충고로

익어보지도 못하고 떠나는 청춘을 대신합니다.






p.s. 유익종 님이 부르는 비 오는 날 청량한 위안을 주는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를 들어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v5XT2gVb_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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