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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준비, 배추를 심었다

시작되는 백일의 삶

by opera


갈아엎은 채마밭에

아기 배추를 심었다.

백이십 개 모종 한판에 만 이천 원,

반 판을 장날 하루 지난 다음날 사 왔다.

백 원씩에 팔려온 아기배추들...

어째도 비할 수 없는 귀한 생명을

거저 선물 받아 왔다.

어디서 났는지도 모를 초록의 생명들,

그래도 고향생각나지 않게 보살피며

넉넉한 삶을 살도록 애정을 베풀 것이다.


쪼그려 앉아

골을 파가며 어린 모종, 정성껏 자리잡이 준다.

늦여름 센 모기들은 귀가 따갑도록 앵앵거리며

주위를 맴돈다.

긴바지와 셔츠로 무장했건만

저도,

생사가 달린 일이라 그런지

좀처럼 떠나지 못하고

모종 심는 내내 따끔거리는 고통을 주며

목숨 걸고

한몫 챙긴다.


육십 개 어린 모종은

한겨울을 풍성하게 꾸려줄 맛있는 김칫거리가 될까.

어쩌면 미쳐 덜 자라 시원한 배추 국거리가 될까.

노란 속살로 맛있는 쌈을 주기도 할까.

백일...

짧은 생동안 여러 모습으로

살아갈 어린 배추 모종은

흐르는 땀방울 속에서 자리 잡아간다.


아삭한고 맛깔난 김장김치로든

시원한 배춧국으로든

노란 쌈배추로든

어떤 배추로 자라도 괜찮다.

그저 병들지 않고 싱싱하고 푸르게 자라주기만 바랄 뿐이다.

옹골지게 자리 잡을 배추는

성정을 거스르지 않고 충실하게,

뭣에도 아랑곳 않고 자라

베푸는 것으로

난(生) 바의 몫을 다 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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