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을 선물

익은 가을날의 아침 풍경

by opera


언제나 선물을 주는

마당의 매일이지만,

가을날의 선물은

마음뿐 아니라

몸을 위한 선물도 함께입니다.


떨어지는 것 만을 아쉬워했을 뿐

아무런 대처도 해주지 못했던 대봉은

어느새 여린 가지로 버티기도 힘들 만큼

붉고 커다란 대봉(大峯)으로 다가왔습니다.


배춧국이나 시래기라도 제대로 먹을까...

채마밭에 여린 모종 안긴 지

두어 달도 못되었는데...

하얀 속살까지 쳐올리며

세상을 향해 젊은 무는 올라오고

양팔을 한껏 벌려 하늘로 치솟던

배추는

겸손하게 스스로를 돌아보며

속으로 익어가기 시작합니다.


모두가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마당은

자라남에 일조도 못한

욕심 많은 인간의 스승이 되어줍니다.


뭐라 고마움을

결코 표현할 수 없는

자연의 선물 앞에

그저

내년의 거름이 되어줄 낙엽을 거두며

고마운 인사를 대신해 보는

익은

가을날의 아침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