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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신 Feb 13. 2022

꽃무늬 구명조끼는 진짜 내 목숨을 구해주었다.

18. 몰타의 대표 관광지(feat. 코미노 섬 여행)


  “수영을 할 수 있나요?”

  “아니요.”

  “겁이 많나요?”

  “아니요.”




  수영은 못하지만, 겁이 없는 나는 몰타에 있는 동안 헤엄칠 일이 많았다.(팔과 다리의 움직임이 수영의 정석과는 한참 달랐기 때문에 헤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몰타에서의 첫 수영은 6월이었다. 옆 집 언니와 함께 몰타의 남쪽에 위치한 부지바의 ‘카페 델 마르’에 다녀왔다. 낮에는 레스토랑 겸 수영장, 밤에는 풀파티가 이루어지는 클럽으로 운영되는 곳이었는데 나와 언니는 한적한 낮에 가서 수영도 하고, 독서도 하고, 칵테일도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하늘과 바다가 한눈에 담기는 풀장이라니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특히나 석양이 질 무렵, 실시간으로 변하는 자연의 색이 너무 아름다워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봤다.



  첫 바다 수영의 장소는 몰타 동쪽의 멜리에하 해수욕장이었다. 파도가 거세지 않고, 수심이 얕은 데다가 맛집과 스타벅스가 위치한 곳이라 하루 종일 수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후로 코미노 섬을 세 차례나 다녀오며 여름 수영을 즐겼다. 수영을 못하는 내가 겁도 없이 바다 수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구명조끼 덕분이었다. 계곡에 놀러 가려고 구매했던 꽃무늬 구명조끼는 말 그대로 나의 생명을 구해주는 조끼였다. 그래서 친구들과 바다에 갈 때마다 늘 필수품으로 챙겨갔다.


  

  블루라군으로 유명한 코미노 섬은 흔히 말하는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이곳에 총 세 번 다녀왔는데 한 번은 옆집 언니와 함께 슬리에마에서 페리를 타고 다녀왔고, 또 한 번은 외국인 친구들과 같은 방법으로 다녀왔고, 마지막은 한국인 동생과 요트(라고 쓰고 보트라고 읽는다.)를 타고 다녀왔다.

  슬리에마에서 코미노행 페리를 타면 깊은 지중해 바다 한가운데서 수영을 할 수 있도록 한 시간 동안 페리가 멈춘다. 예전에 보라카이에 갔을 때 생각 없이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둥둥 떠내려가서 일행의 다리를 잡고 배에 복귀한 적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꽃무늬 구명조끼를 믿고 바닷물로 향하는 슬라이드를 탔다.


 

  코미노 섬에서는 선탠을 하거나 수영을 하며 시간을 보내면 된다. 한 번은 친구들과 건너편에 보이는 작은 돌섬으로 이동하기 위해 바다를 횡단한 적이 있다. 한국인이었던 나와 동생만 수영을 못하고 모든 친구들은 수영을 할 수 있었기에 나는 구명조끼에, 동생은 튜브에  의지하며 친구들을 따라 저 멀리 보이는 작은 돌섬으로 향했다. 무사히 도착해서 다 함께 박수를 치기가 무섭게 곧이어 동생의 휴대폰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깊은 바다는 아니었지만, 건너온 길에 라인이 그어진 것도 아니라서 다시는 찾을 수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전복 건지듯이 바닷속에서 휴대폰을 찾아내는 친구들, 수영 하나를 하면서도 추억거리가 마구마구 생겼다.



  지나가는 여름이 아쉬워 옐루와 요트를 타고 코미노 섬을 다녀온 적도 있다. 에어비앤비에서 예약을 했는데 요트라기엔 보트 같은 배였다. 페리를 타고 갈 때와는 다르게 작은 배를 타고 넓은 바다를 향해하니 파도의 높이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서쪽 바다를 한없이 항해하다 코미노 섬에 도착하여 수영을 했다. 꽃무늬 구명조끼 덕분에 둥둥 뜨는 몸을 느끼며 좌우로 헤엄쳤다. 헤엄을 치다 보면 갑자기 바닥이 닿지 않는 느낌이 무서울 때가 있는데 꽃무늬 구명조끼는 그 느낌마저도 즐길 수 있게 해 주었다.


  몰타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시기는 개인적으로 6월부터 9월까지 같았다. 365일 중 360일 이상이 화창한 날씨 덕분에 물을 보는 것만 좋아하는 내가 여름날에 물속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고, 꽃무늬 구명조끼의 활약으로 지중해 한가운데에서 겁 없이 헤엄칠 수 있었던 그해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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