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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이 Oct 30. 2022

축구하는 여자들과 요가하는 남자들

평범한 아저씨의 요가 도전기


  얼마 전부터 예능 프로그램 하나를 매주 챙겨보고 있다. 여자 축구를 소재로 한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이 바로 그것. 30년 넘게 축구공을 차 봤다는 어쭙잖은 오만 탓에 처음엔 나도 모르게 이런 편견을 먼저 떠올렸다. 여자들의 축구가 재미가 있겠어? 난생처음 축구공을 차 본다는 그들의 실력은 누가 봐도 어설펐다. 하지만 회가 지날수록 놀랍도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지금에 와서는 재미는 물론이고 급기야 진한 감 동까지 느끼고 말았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몇몇 팀이 승리할 때는 감동의 눈물까지 찔끔 흘렸을 정도. 그리고 이제는 안다. 여자들이 그동안 축구를 안 해서 그렇지, 제대로 하기 시작하면 그들의 축구나 나의 축구나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요가 이야기를 한참 해놓고서 축구 이야기를 꺼내 는 것이, 나도 그들처럼 요가원의 소수 성별로서 멸시와 핍박을 받으며 수련해왔다는 가당치도 않은 소리를 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축구를 즐기기 시작 한 그들이 느꼈던 것과 동일한 감정을 나도 자주 느끼 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을 뿐. 그건 바로 이런 감정이다.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경기가 끝나 면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를 하며 이런 마음을 털어 놓는 TV 속 그들과는 달리, 나는 어디에도 들어줄 사람 이 없었기에 혼자서나마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요가하는 남자의 마음속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서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 하나 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요가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 주었다. 글을 읽고 요가를 해보고 싶어 졌다는 댓 글도, 자신도 요가원의 유일한 남자라며 공감이 간다 는 댓글도 달리곤 한다. 이렇게 하나 둘 ‘요가하는 남 자들’이 늘어갔으면 좋겠다. 이제는 공원 축구장에서 축구 유니폼을 입은 한 무리의 여자들을 발견하는 것 이 어렵지 않은 것처럼, 요가원 신발장에서 남자 신발을 발견하는 것이 놀랄 만한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걸 바라는 마음이란, 젠더니 평등이니 하는 거창한 이유라기보다는, 그저 ‘이 좋은 걸’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 좋은 건 나눌수록 커지니까. 내가 느꼈던 행복을 또 다른 누군가도 느끼기 시작하면 그렇게 세상은 더 행복해지는 것 아닐까.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남자건 여자건, 그동안 헬스장에 다녔건 축구장에서 살았건, 유연성이 있건 없건 간에. 


  “당신이 요가를 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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