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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emi Sep 13. 2020

- 그림의 역할

그림의 역할

그림책은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매체예요. 글 없는 그림책은 있어도 그림 없는 그림책은 없답니다. 그만큼 그림이 중요해요. 다른 책(이를 테면 소설이나 동화)들과 구분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그림책의 글과 그림은 서로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림책의 그림을 그릴 때 알아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지금은 그림의 역할을 고민해 보려고 해요. 그림도 글자처럼 언어가 있어요. 비주얼 리터러시 Visual Literacy라고 하는데 그 부분만 이야기해도 책 한 권 분량이라 지금은 가장 기본적인 글과 그림의 관계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여러 이론서에 정리된 부분이 있는데요.

그것들을 종합해 크게 3가지 표현 방법으로 나누어 보았어요.

첫 번째는 글의 재현 두 번째는 글의 보충 세 번째는 글 없이 그림으로 끌고 가는 방법이에요. 먼저 '글의 재현'은 말 그대로 글에 있는 것을 그대로 그리는 거예요. ‘사과가 있어요.’라고 쓰여있고 그림으로 사과가 그려져 있는 거지요. 영유아 물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표현 방법이에요. 영유아들은 삶의 경험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사과가 어떤 모양인지, 어떤 색인지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으니까요. 또 독자가 상상하기 힘든 것을 표현할 때 필요해요. 이를테면 <슈렉>의 모습을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그림으로 재현하는 게 좋겠지요.

<슈렉>의 표지

<백만 마리 고양이>에서도 할아버지가 수 억 마리 고양이를 끌고 집으로 향하는 모습은 어른도 쉽게 상상하기 힘든 장관이지요. 이런 부분들을 모두 어린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기만 하는 건 일러스트레이터의 직무유기가 아닐까요?

<백 만 마리 고양이>의 한 장면

두 번째는 '글의 보충'입니다. 글의 재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는데요. 글의 보충은 그림을 통해 그림책을 더 풍부하게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추운 겨울이에요.’라고 쓰여 있지만 어느 정도로 추운 겨울인지, 산속 인지, 도심인지... 그림작가가 글을 파악하고 글을 보충해 주어야 독자들이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겠지요. ‘루시가 놀이터에서 놀았어요.’ 라면 어떤 놀이기구를 탔는지, 유령 놀이를 했는지, 친구와 시소를 탔는지 그림작가가 캐릭터의 성격에 맞게 정해 줘야 한답니다. 만약 루시가 여러 아이들과 두루 친한 성격의 아이라면 여러 명이 함께하는 놀이를 하는 모습으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혼자 블록 놀이를 한다거나 그네를 타는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친구와 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아이라면 시소처럼 2인 이상이 해야 하는데 혼자 있는 모습으로 표현하면 독자들은 그림만 보고 루시가 어떤 아이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겠지요. 마지막으로 글 없이 그림으로 끌고 가는 방법인데요. 이건 글 없는 그림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에요.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그림만 펼쳐진 부분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만으로 독자의 가슴에 작은 파문을 남길 수도 있어요. 때로는 글이 필요 없을 때도 있답니다. 글과 그림의 관계가 이것뿐이야?

물론 아니에요.

훨씬 많아요.

하지만 지금은 이 3가지만 생각하면서 스토리 보드를 훑어보면 좋겠어요. '너무 재현적 표현만 했구나. 어떤 부분에 그림을 보충해서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을까?'

혹은 '독자들이 이런 걸 생각하기 힘들겠구나. 내가 조금 더 설명하듯 그림을 그려서 독자들이 이해하도록 도와줘야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조금 더 완성도 있는 그림책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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