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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문점 함부로 창업하지 마라 - 프롤로그

한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행했던 사람이 쓰는 책

by 박주민

2015년 새해 어느 날 우연히 나는 다음과 같은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영업에 종사하는 40대 대졸 이혼남이며 제일 행복한 사람 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20대 미혼 여성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동열 정책연구실장은 7일 '경제적 행복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 " 뭐야 이거 나잖아. 우와 기분 되게 우울해지네. 그럼 내가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가장 불 행한 사람이라는 거야? "그런데 얼마 후 진짜로 우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경제적 행복 추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말이다. 이른 아침 나의 일터인 자그마한 카페에서 이 기사를 접한 후 한참 동안이나 손님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런 현상이 올해 들어 종종 생기는 것이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니었다. 오랜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2010년 창업한 나의 로 스터리까페(커피를 매장에서 직접 볶아 판매하는 커피숍)는 그렇게 우울한 기사를 더욱 옹 호 하기라도 하듯 그날따라 조용한 오전을 내내 선사해 주었다. 2015년 12월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겨울. 나는 진지하게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창업한 지 6 년째만이다. 폐업. 듣기만해도 뭔가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은 어감이다. 물론, 폐업의 이유 는 다양하다. 누구는 병이 들어서, 재미가 없어서, 이민을 가야해서 등등.. 그러나 아마도 대 체적인 이유는 장사가 안되서, 소위 돈이 안되서일 것이다. 나 역시 그 이유에서 자유롭지 않기에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부분이 크다.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아무리 자기 가 좋아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생계에 위협을 받는 수준이라면 폐업은 불가피 할 것이다. 하 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폐업을 고려 한 순간 손님도 다소 더 많아지고 무엇보다 일이 더 재미있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폐업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가지 꼭 말하고 싶은건 폐업도 하나의 사업상의 싸이클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결코 부끄러워하거나 실망스 러워 할 것이 아닌 또다른 준비의 과정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독자들은 이 사람이 무슨 커피나 까페관련 흥망성쇠를 다룬 책을 쓰고 있구나 생 각 할 것이다. 맞기는 맞다. 그런데 하나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어쩌다보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으로 분류된 나의 스토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답답 한 현실을 마주하고 한탄만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였다. 사실, 인간은 누구나 오롯이 평등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지음받았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상식적으로 공부해보면 누구 나 알 수 있는 진리다. 우리는 이러한 말들을 다양한 종교나 수행단체등에서 자주 들어오며 살아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말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 현실적으로 " 라는 단서를 달며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음을 난 잘 알고 있다.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라는 말들이 이를 잘 대 변해 준다. 안타깝지만 예외가 거의 없다. 고상한 척 하지만 사는 모습을 조금만 관찰 해 보면 별반 차이가 없다. 내가 까페를 해보니 그말이 진짜처럼 나에게 들려온다. " 아 만일 내가 건물주 아들이였다면...." 언제부터인가 이 사회의 구조는 자그마한 까페하나 정상적으로 운영하려하는 데에도 너무나 많은 댓가를 요구한다. 한마디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창업시장으로 몰려 들어온 탓에 제대 로 된 영업운영이 불가능 해 지고 있다. 이때쯤이면 단골처럼 등장하는 말이 또 있다. " 안 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되는 곳은 된다 " 등의 말이다. 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마저 일 종의 꾸지람조로 들려오는 훈계아닌 훈계성의 말에 가끔은 빈정이 상하곤 한다. 이는 마치 100m 달리기대회에 참여한 사람 100명 중 10등까지만이 결선에 진출을 할 수 있는데 그 이하는 아예 선수취급조차도 안하는 꼴과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겠지만 이말 이 사실이다. 장사는 잘되는데 폐업을 고려해야 한다. 내 기억에 성공,실패 혹은 후회등의 스토리등을 다룬 책은 자주 봤어도 폐업을 고려하면서 쓴 책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런 책이 있었다면 좀더 냉정하게 까페를 준비했거나 애시 당초 시작하지 않았을 듯 싶기도 하다. 후회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남탓을 하자는 건 더더 욱 아니다. 누구에게는 아예 시작하지 않는게 좋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치 교과서처럼 무조건 하면된다 식의 성공스토리들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 다. 또하나의 경우는 이렇다. " 할게 없는데 그럼 놀아야 하나요? 오죽했으면 창업을 했겠습 니까? " 하고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마인드로 할거면 하면안된다. 한국사회에서 자 영업은 그런식으로는 가급적 아니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성공과 실패사례등은 너무 도 상대적이어서 읽을때는 좋은데 막상 내가 처한 조건이나 상황에 적용하면 맞지않는 경우 가 많이 있다. 우리사회는 아직도 상위그룹에 관한 스토리(파레토 법칙에 의거 8:2중 2에 해당하는 앞서가 는 리더그룹)가 주를 이루는 듯하다. 그러나 실제보면 우리주변엔 각각의 필드에서의 11등 21등 31등의 준수한 선수들이 참 많다. 그런 준수한 선수들이 어쩔 수 없이 다음기회조차 기약하지 못한 채 형장의 이슬처럼 자영업 시장에서 사라져야하는 현실앞에 누가 창업이라 도 할라치면 도시락을 싸들고 말리고 싶은 심정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니였다. 나는 커피를 하는 사람이다. 내 생각에 나는 파레토 비율 8중에서도 중간쯤에 위치한 사람 일 수도 있다. 겸손도 아니지만 비굴하지도 않다. 어디까지나 내 기준으로 8에 속한 나의 현실적이고도 피부에 와닿는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다들 자기는 8이라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2에 가까운 사람들의 스토리가 대형서점 창업코너에 즐비하다. 물론 8이 결국엔 2가 되는 구조도 있다. 그래서 아름답다. 처음부터 2는 많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누군가는 또 내게 똑같은 방식으로 비판을 할 수도 있다." 당신이 무슨 8이야 "하며 말이다. 아무래 도 상관은 없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나의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다. 2의 스토리를 기대한 분들에겐 그저 죄송할 뿐이다. 올해로 내나이 46세. 내가 저녁마다 운동하는 헬스클럽엔 20대 대학생들이 주를 이룬다. 직 간접적으로 들려오는 그들의 한숨소리 이면엔 취업의 어려움, 미래의 불안감으로 탄식하는 볼멘소리들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어느덧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나 를 보며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괜시리 들곤 했다. 내가 이런 힘든사회를 만든 여럿중에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렇다면 내가 나 자신을 위해 또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를 곰곰히 생각 해 보았다. 나를 포함한 지금의 젊은 다음세대들이 더 활기차고 보람된 삶을 살기위해 작으나마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결론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였다. 한마디로 떠들고 다닐 사람이 좀 필요하다는 생각이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오늘날 자영업 시장은(여기선 커피숍을 위주로 이야기하지만) 한마 디로 아수라장이다. 직장을 다닐 땐 이놈의 직장 언젠가 내가 멋지게 큰소리치며 사표쓰고 나온다 했다. 그런데 자영업을 하니 그런 다짐마저 무색해진다. 한마디로 속으로 삭힐대로 삭혀 어디다 하소연 할 데도 없다. 치킨집이고 피자집이고 너나할것 없이 힘들다보니 다들 냉소적이기만 하다. 바쁘다. 여유가 없다.상가임대차보호를 받지못해 길거리에 나 앉아봐야 목숨을 걸고 싸워야만 하는 현실. 그래야 겨우 PD수첩에서 다뤄주곤 한다. 왜 꼭 그 지경까 지 가야만 하나. 정말이지 남의 일이 아니다. 안타깝다. 그래서 이 책은 앞으로 직장에서 대 거 나오셔야만 하는 분들, 현재 창업을 준비중이거나 나처럼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분들, 현실을 아직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예비창업자분들과 자각하고 공감하기 위해 쓰여졌다. 바 란다면 이 책을 통해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더 많이 듣고 공감하며 소통하고 싶다. 그래서 함께 우리의 살길을 모색하고 싶다. 그게 이 책을 쓴 궁극적 이유이다. 아울러, 나와같은 40대 대졸 이혼한 자영업자분들께 묻고 싶다. " 정말 그렇게 불행하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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