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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문점 함부로 창업하지 마라 1.창업Talk(4화)

4.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테리어

by 박주민 Jul 27. 2021

커피를 해 오면서 늘 부러운 사람들이 있다. 그건 바로 이공계 DNA를 가진 사람들이다. 전 형적인 인문계 스타일인 나에게 그들은 언제나 기계다루기나 때론 목공다루기의 신공으로  존경심마저 불러 일으킨다. 커피일을 하다보면 정서적으로는 문학이나 음악등 예술적 측면 이 잘 어울린다. 그러나 실제 까페를 운영하다보면 각종 기계손질이나 인테리어 변형등을  필요로 할 때 이공계 DNA들은 비용을 줄이고, 까페를 더욱더 창의적으로 만든다. 심지어  인테리어전체를 업체에 의지하지 않고 바닥부터 목공 전기배선에 마감까지 하는 사람들을  보게되면 솔직히 난 경외감마저 든다. 또 그런 사람들중에는 비전공자가 의외로 많다. 물어 보면 그냥 하다보면 된단다. 헐... 대단하지 않은가. 이럴 때 난 신에게 원망하기보단 약간의 부러움과 경외심을 뒤로하고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그래서 인테리어는 인테리어 전문가에게 기계는 기계전문가에 맡긴다. 단, 소요되는 경비의 증가는 감수해야 한다. 넓게보면 우리 까페는 바로 뒤쪽에 위치한 사립초등학교와 양옆으로 다소 떨어진 공립학교  2개가 에워싸고 있는 형태인데 3월초 개학시점을 까페오픈의 실질적인 D-DAY로 잡고 있 었다. 그래서 남은 1달여 기간중 인테리어 공사기간을 보름정도로 잡고 나머지를 리허설과  가오픈으로 잡는다면 모든 일정이 순조롭게 풀릴 듯 했다. 까페 인테리어의 전체적인 컨셉 은 “마음이 포근해지는 아늑한 느낌의 사랑방”으로 오랜 까페투어와 조사 끝에 내려진 것이 였다. 한마디로 학부모들이나 아주머니들이 좋아하는 컨셉이다. 그런데, 초반부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사실, 커피를 배우면서 알게 된 인연으로 인 테리어에 감각이 있는 분을 선임하여 전체적인 컨셉만 내가 잡아주고 나머지는 그 분께 맡 겼는데 좀처럼 일이 진행되지가 않는 것이였다. 워낙에 자신감을 표명하였고 함께 의논을  자주 하였기에 별 문제가 없을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1주일이 지나도 레이아웃과 견 적조차 뽑지를 못하는 그를 보며 난 과감히 그분과 결별을 해야했다. 모든 것이 나의 불찰 이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까페 인테리어는 들어가는 집기와 기계들의 사이즈와 동선을  고려하여 레이아웃을 잡고가야 하는데 그런 경험이 없는 분에게 맡기다보니 제대로 설계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거기다 나중엔 컨셉마저 흔들려 하기에 도저히 함께 일할 수가 없었 다. 업체를 부르지 않고 비용을 최대한 줄여 멋지게 만들고자 했던 나의 얄팍한 욕심이 화 를 부른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인이 역량이 안될시엔 해당 분야의 전문업자를 통해 적절한 (?) 비용을 들여 인테리어를 하는 게 옳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오픈을 앞둔 한달중 1/3의 시간이 훌쩍 날아가버렸다. 마음도 상했고 아까운  비용도 날아갔다. 부랴부랴 SOS를 치는 수 밖에 없었다. 역시 믿을만한 사람은 현재 까페 를 운영하고 있는 친구들이였다. 애시당초 그들과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 인테리어를 실제  잘하는 친구들임 - 그들은 대구에서 바쁘게 대학내 구내까페를 운영하고 있는 관계로 불가 능했다. 대신 업체하나를 소개를 받아 진행하기로 했다. 내가 이렇듯 인테리어 업체 선정을  함에 있어 내 스스로가 다이렉트로 업체선정 하기를 꺼려했던 이유는 전반적으로 인테리어  업체에 깔린 불신 때문이였다. 돈은 돈대로 챙기면서 오너의 의도도 잘 반영이 되지 않는다 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많은 곳을 탐문해서 알아보았지만 이상하게도 내 마음에 드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은 까페 인테리어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그때만해도 일반 인테리어를 하는 사람들이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면 아주 고급 스럽게 값비싼 형태의 것만을 제작해야 하는 업체 뿐이였다. 거기다 인테리어는 완성후 몇 달동안 꼭 하자가 발생하는데 거의 대부분의 업체들이 요식행위 수준으로만 일처리를 하고  연락도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영업이 막상 시작되면 바쁘다보니 그냥 넘어가게 되는 경 우가 다반사다.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하는데도 전자제품 하나 AS받는 것보다 도 더 푸대접을 받는 게 영 못마땅 했다. 어쨌든 급하게나마 섭외된 업체와 이제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그동안 벤치마킹으로 삼았 던 강동구 명일동의 모 까페 사진을 보며 인테리어 실장과 수많은 미팅을 통해 설계를 잡고  공사에 착수했다. 막상 그렇게 공사를 시작하니 내가 할 일은 크게 없었다. 굳이 있다면 원 하는 목표날짜에 잘 마감될 수 있도록 수시로 들러 일하시는 분들을 독려하고 대접하는 것  뿐이였다. 나는 그동안 남은 일중 어떻게보면 가장 중요한 직원채용과 커피관련 기계 및 집 기류를 구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면 됐다. 이공계DNA는 부족하여 인테리어는 전문가들에 게 맡기게 되었으니, 내가 비교적 잘할 수 있는 나머지 일들에 최선을 다하면 되었다. 특히, 직원채용은 각별히 신경을 썼다. 내가 창업하는 원년의 멤버들이자 처음으로 맞이하는 직원 들이기도 했지만 나에겐 비젼이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 비젼을 함께 할 친구들이여야 하기 에 난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채용면접을 실시했다. 마침 대학로에 친구가 운영하던 까페가  있어서 그곳에서 모든 면접이 이루어졌다. 후일담이지만 그 때 채용된 직원들의 말을 빌리 면 무슨 대기업 면접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실습면접을 포함 하여 총3차 면접을 진행하였고, 질문의 내용 자체도 3C(Competition, Character,  Chemistry)를 기본틀로하여 그들에겐 아주 낯선 질문들이 마구마구 던져졌으니 말이다. 그 래도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나는 아주 훌륭한 매니저와 주말 파트타이머 거기에 프리랜서  푸드 스타일리스트까지 고용할 수 있게 되었다. 갑자기 없었던 가족이 생겨난 것 같아 너무  기쁘고 뿌듯했다. 우리는 이제 함께 비젼을 공유하고 까페오픈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까페오픈 5일여를 앞두고 인테리어는 마감되었다. 결론만 말하면 내 만족도는 60% 수준에  비용은 예상보다 30% 이상 추가 지출되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가게 오픈 날짜를 미 룰수도 없었고, 추가비용을 들인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였다. 나중에 다른 까페 사장님들 한테도 여쭈어봤더니 몇몇 탁월한 이공계DNA 사장님들을 제외하면 다들 비슷한 경험들을  하고 계셨다. 다짐했다. 나중에는 이번 경험을 발판삼아서 후회없는 까페 인테리어를 완성 해 보겠다고. 정리해보면 10.5평짜리 까페를 완성하는데 인테리어비용만 22백만원(VAT포 함) 커피기계류 포함 자재 및 집기류에 2천만원(VAT포함) 추가경비 3백여만원 합계 4천5 백만원(VAT포함)이 소요 되었다. 보증금 2천만원을 합치면 대략 6천5백만원의 목돈이 한 꺼번에 투자 된 것이다. 그리고, 까페오픈을 하고나면 이래저래 추가적으로 돈이 들게 마련 인데 특히, 나는 마케팅 비용에 지출을 좀 더 하였다. 3월2일 오픈을 앞두고 전체적으로 7 천여만원 가까운 돈을 투자하고 영업을 앞두게 되었다. 7천만원이라는 돈은 결코 작은 액수 는 아니지만 중심상권 대비 5천에서 1억여원 정도는 초기 투자비용을 줄였다고 볼 수 있는  금액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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