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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문점 함부로 창업하지 마라 1.창업Talk(2화)

2. 장사꾼만 되기 싫다면 커피를 공부하자

by 박주민

“사장님 그렇다면 전 지금부터 무얼 준비하면 좋을까요?” 난 까페사장이 되기 위한 첫 질문 을 그렇게 던졌다. “ 음 우선은 시중에 나와있는 커피관련 책을 다 읽어보세요” “다요?” “ 네, 그래봤자 100권도 채 되지 않을 겁니다. 그거 다 보시면 그때 또 말씀 나누시죠” 그랬 다. 난 어쨌든 커피에 문외한인 바쁜 직장인이였기에 아무런 커피에 관한 기초적인 상식도 전무했다. 그렇다고 바쁜 직장생활을 하면서 커피를 배우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런가 운데 일종의 책읽기 숙제는 내겐 너무나 쉽고 편했으니 그렇게 몇 달을 책만 읽었다. 그러 다보니 어느새 커피의 기원이 어떻고 에스프레소가 어떻고 ...뭐가 어떻고 뭐가 어떻고....재 미가 있었다. 커피의 세계가 이렇듯 깊고 오묘한 줄 처음 알았다. 나는 어쩌면 운이 좋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라면 소유자다. 대학전공이 맘에 안들어 방황 과 삼수 끝에 들어간 곳이 서울예전(지금의 서울예대)이라는 곳이였다. 내 전공은 광고였는 데 뭔가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일을 하고 싶었고 첨엔 CF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주 로 우리학과 출신들은 제작쪽의 일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난 반대로 기획자가 되고 싶었 다. 그럴려면 좀 더 공부를 하여 4년제로 편입을 하거나 외국으로 유학을 가는게 현실적인 대안이였다. 왜냐하면 실제로 메이저 광고대행사에서는 2년제 출신들을 거의 뽑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그런데 내가 졸업을 할 무렵 삼성그룹에서 학력철폐 인재채용이라는 제도가 생 겨 학력과 상관없이 지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내 기억에 그 제도는 그리 오래가 지 않았다) 그래서 난 그 기회를 잡아 최종적으로 합격, 삼성전자 광고기획팀에서 일을 시 작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제작쪽이 아닌 광고주였지만 전공분야와 무관하지도 않았고 무 엇보다도 삼성전자라는 기업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인생에서 그리 쉽게 오는 기회가 아 니였기에 자부심을 가지고 입사하였다. 아버지는 가문의 영광이라며 기뻐하셨고, 나 역시 서울예전 출신 최초의 삼성전자 공채 1호가 되어 긍지를 가지고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곳 에서 울고 웃으며 12년여의 생활을 과장으로 마치고 난 후 난 그간 너무나 해보고 싶었던 제작쪽의 일을 하기위해 모 광고대행사 기획팀장으로 옷을 갈아입게 되었는데 더치커피와의 만남은 그때 이루어진 것이였다. 시중의 커피관련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무렵, 난 커피를 진짜로 배워보고 싶어졌다. 내가 직 접 커피도 볶고, 에스프레소 추출도 하고, 핸드드립이라는 매력적인 핸드메이드 커피도 내 려보고 싶어진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느끼겠지만, 직장인들은 늘 자유 롭고 스트레스 덜 받는 세상을 꿈꾼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돈을 다소 좀 덜 벌더라 도 누구밑에서 일하는 것이 아닌 내가 스스로 일구는 행복한 일터를 말이다. 지금 나에게 까페는 그런한 이미지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한편, 난 2년여의 짧은 광고대행사 일을 마 무리하게 되었다.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하고 싶었던 일을 했던것에 만족했다. 그래, 이제부 터는 내 것을 만들어보자. 이제는 본격적으로 커피를 배워야 하는데 어디서 누구로부터 배울것인가가 중요해졌다. 인 터넷을 뒤져보니 소위 바리스타를 양성하는 학원이 대부분이였다. 그래서 이름 좀 있다는 학원들을 직접 찾아가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지 내 마음에 선뜻 내키는 곳이 없었 다. 뭔가가 아쉬웠다. 난 커피를 본질적으로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럴려면 생두단계에서 추출단계 전 과정에 이르는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난 운이 좋은 사람이다. 친한 형님의 소개로 찾은곳은 바로 생두 도매 업을 하시는 분이였다. 그곳엔 거의 교육적 목적으로 차린 까페가 있었고, 그 안에는 커피 를 볶는 샘플로스터, 에스프레소 머신, 커핑을 위한 원형테이블과 칠판이 놓여져 있었다. 그 리고 벽면 가득 그리고 구석구석 난생 처음 보는 다양한 종류의 60kg짜리 커피백들이 놓여 져 있었다. 서울 강남의 이면도로 구석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아주 마음에 들었고 이색적이였다. 더 이색적이였던 건 선생님중 한분이 콜롬비아분이였는 데 이 곳 사장님의 와이프였다. 원래 커피 농장주의 딸이였는데 영국에서 유학중 한국남자 인 사장님을 만나 결혼하여 한국에 정착한 것이였다. 그것도 생두도매업을 함께 하기위하여 말이다. 멋지지 않은가. 난 두 커플이 마냥 부럽기만 했다. 그러면서 커피공부에 대한 열의 가 한껏 올라오기 시작했다. 커피가 재배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들여오는 다양한 품종의 생두를 볶고, 커핑을 하는 게 하루일과의 전부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커피를 안다는 게 무엇인가? 커피를 배운 다는 게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기에 커피는 우선 오감으로 느끼고 즐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이곳은 내가 찾았던 바로 그곳이였던 셈이다. 머리로의 이해가 아닌 입으로 몸 으로 느끼는 것 말이다. 로스팅을하고 커핑을 수없이 반복하며 빼놓지 않는 또하나의 수업 은 함께 교육받는 사람들과 적고 공유하는 커핑시트 발표시간이였다. 칠판엔 개인별 커핑시 트가 빼곡하게 채워져 함께 마신 커피에 대한 느낌들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시간으로 늘 마 무리 되었다. 그런식으로 공부하다보니 자연스레 나라별 품종별 커피 특징에 관한 이해가 쉽게 되었고, 타인이 느끼는 커피맛에 대한 차이점들을 알게되다보니 보다 객관적인 커피에 대한 안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또 한가지 재밌었던 건 그곳에서는 따로 추출을 전문적으로 가르쳐 주는 프로그램 은 없었는데도, 사장님을 포함해 모든 직원들이 커피를 능수능란하게(?) 내릴 줄 알았다는 점이다. 아메리카노에서부터 라떼, 핸드드립으로 내려먹는 스트레이트 커피까지 말이다. 그 점이 참 신기했다. 알고보니 거기선 그냥 어깨너머로 누구라도 할 것 없이 포터필터와 탬퍼 를 들고 원두를 다지고 추출을 하여 바로 에스프레소를 만들고, 볶은 원두를 분쇄한 다음 드리퍼 위에 필터를 접어넣어 한잔의 스트레이트 커피를 내려 마시며 또 손님들에게 판매했 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나도 커피를 추출하여 손님을 응대하고 있었던 나를 발견하곤 대견 해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내친김에 사장님께 제안을 하나 드렸다. 월급은 바라지도 않으 니 여기로 출근을 해서 아침 저녁으로 일을 할 수 있게만 해달라고 말이다. 감사하게도 사 장님은 흔쾌히 수락해 주었으며 종종 사장님은 교육생들을 데리고 까페투어까지 해주시며 까페 컨셉을 잡는데 적지않은 도움을 주셨다. 어떤날은 커피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 다가 새벽 늦게까지 한자리에서 열띤 토론도 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가장 행 복하고 열정적인 커피와의 연애기간이 아니였나 싶다. 어쩌면 돈 주고도 하기 어려운 실무 체험을 통해 창업이후 실무에 대한 두려움을 상당부분 이곳에서 해소했다고 볼 수 있는 것 이다. 그러고보니, 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 되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일반 바리스타 학 원에서는 에스프레소에 관한 지식과 기능적인 배움이 주였는데, 이곳에선 커피의 본질적인 측면들 즉, 생두단계에서 추출단계 그리고 실무체험까지 까페운영에 대한 직간접적인 모든 면을 배울 수 있었으니 말이다. 거기다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생긴 현장학습들까지 참으로 즐겁고 감사한 하루하루의 연속이였다.아울러, 나는 나만의 까페창업을 위해 다양한 까페투어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 았다. 사장님이 주신 정보를 포함해서 각종 책이나 잡지에서 언급된 까페들은 서울 지방을 가리지 않고 틈틈이 다 가보고자 했다. 이렇게 커피를 배우고 창업준비를 하다보면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 마련인데 그 중에서 가장 인상깊고 고마운 인연은 매주 대구에서 서울로 오 고가며 함께 수업을 받던 두명의 친구들이였다. 이들은 훗날 내 까페를 오픈할 때 그 먼곳 에서 직접 찾아와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그들은 비교적 커피일을 오래전부터 해 온 실력파 커피인들인데도 불구하고 보다 완성도 높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이 곳 아케데미에 등록하여 같은 클래스에서 공부하게 된 것이다. 그들의 열정에 나도 더 크게 동기부여가 되 어 더욱 열심히 커피공부에 매진하였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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