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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파인 Oct 27. 2024

인간의 본성이 나타나는 순간

프린스턴 대학원에서 신학생을 대상으로 한 가지 실험을 합니다. 발표 과제를 주고 신학생들이 준비하게 한 뒤, A 건물에 있는 학생들에게 B 건물에서 발표할 테니 한 명씩 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실험은 단순 발표 실험이 아니라 심리학 실험이었는데요. 


A 건물에서 B 건물로 가는 길에 한 명이 쓰러져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 쓰러진 행인을 보살피는 사람이 있었고, 어떤 사람은 안절부절못하다가 그냥 가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사람은 본척만척 지나쳐버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를 보고, 신학생의 신앙심과 연결 지어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연구 결과는 신앙심과는 연관관계가 없었습니다.

실험 결과, 이러한 위급 상황에 대한 반응 유무는 실험대상자의 발표 시간이 얼마나 남았느냐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발표시간이 얼마 안 남은 사람은 그냥 지나쳐버렸고, 그래도 조금이나마 시간이 남은 사람은 쓰러진 사람을 돌볼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이 내용을 소개한 이동진 평론가는 인간은 바쁠 때 악해질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저는 이 분의 이야기에 정말 크게 공감했습니다.


얼마 전, 차 사고가 났습니다. 정부관계자와 중요 미팅이 있어서 늦으면 곤란했는데 그날따라 아침부터 일이 꼬였습니다. 갑자기 정산시스템이 안되고, 급히 처리할 업무들이 갑자기 들어왔습니다. 어찌어찌 일을 마무리하고 도로에 나왔는데, 경찰들이 다른 길로 가라고 합니다. 정말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날이다 생각하며, 더 빨리 가려다가 오토바이와 부딪히는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오토바이가 제 차선에 갑자기 끼어든 것이라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데, 그때 쓰러져 있는 오토바이 기사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순간 더 침착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화를 내는 것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이미 늦어진 약속은 뭐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생각이 들더군요.


다행히 그 오토바이 기사는 무릎이 조금 쓸렸고 오토바이는 멀쩡했으며, 제 차 앞부분만 찌그러졌습니다. 천만다행이었지요. 갓길로 차를 세우고 약국에 들러 약을 사주고 혹시 다른 문제가 생기면 연락 달라 명함을 줬습니다. 약 2주가 지났는데 아직까지 별 얘기가 없는 거 보니, 괜찮은 것 같습니다. (경찰이 사고 당시 옆에 있었어, 상황을 다 보고는 제게 큰 일 없으면 합의하고 보내라고 하더군요)


이 상황을 마치고, 정부관계자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말하니 지금이라도 와서 얼굴이나 보자고 하더군요. 다행히 그날 미팅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하루의 에피소드 정도로 끝났지만, 정말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었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마음이 바쁠 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는 다른 사람을,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전혀 없지요.


일이 너무 빨리 흘러가는 것 같다면, 잠깐 한 템포 쉬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바쁜 상황일지라도 큰 숨 한 번 쉬고, 여유 있는 척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작은 행동 하나가 또 어떤 상황을 만들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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