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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원 May 29. 2024

니퍼트의 '진짜' 은퇴식은 열릴 수 있을까

'레전드' 외인 투수의 눈물




작년 어느 월요일이었다. 주말에 뭐 했냐는 동료의 평범한 물음에 야구장에 다녀왔다고 했다. 누구 좋아하냐는 말에 몇 명의 이름을 꺼내다 요즘은 오스틴이라고 했다. 얼마 전 오스틴 홈런을 직관한 여운이 남아있던 터였다. 그때 동료는 이렇게 말했다. "아, 근데 외인이잖아요."


LG트윈스의 오스틴 딘


외인, 언제든 떠날 선수

외인은 말 외국인 선수를 말한다.


오스틴 딘 선수는 미국 국적으로 2022년 12월에 LG트윈스에 입단한 내야수다. 우리나라의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제도는 1998년에 도입됐다. 외국인 선수를 두고 흔히 용병이라는 표현을 쓴다. 프로야구 10개 팀은 3명씩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다. 그 3명은 투수나 타자로만 구성할 수 없다. 두 명이 투수라면 다른 한 명은 야수(타자)여야 한다.


계약 기간에 제한은 없다. 다만 외국인 선수들은 확실한 성과를 기대하며 많은 돈을 주고 영입하는 만큼 경기력이 떨어지면 방출이 거론되기 쉽다. 부상이나 개인 사정이 겹치면 그 시점은 더 빨라지기도 한다. LG트윈스가 2022년 1월에 영입한 외국인 투수 플럿코가 대표적인 사례다. 큰 기대를 안고 시작했지만 2년 연속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LG는 작년 한국시리즈 직전, 플럿코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최근에는 한화이글스의 펠릭스 페냐 선수 사례가 있다. 한화와 3년째 함께해 왔지만 이번 시즌에 부진하다 결국 방출됐다.


외국인 선수는 언제든 떠날 수 있기에 그 동료도 내게 "외인이잖아요"라고 했을 테다. 그만큼 외국인 선수들이 오랜 기간 별 탈 없이 제 역할을 해주는 건 구단에게도 팬에게도 무척 귀한 일이다. 그렇다면 KBO 리그에서 가장 오랜 기간 뛴 외국인 선수는 누구일까. 여덟 시즌을 소화한 선수가 두 명 있다.


그중 한 명이 독일계 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다.


'레전드 투수'의 눈물

더스틴 니퍼트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일곱 시즌을 두산 베어스에서 뛰었다. 2018년엔 KT로 옮겼는데 그 해가 마지막 프로 무대였다.


야구 초보자인지라 니퍼트에 대해 잘 몰랐지만 그의 화려한 선수 시절은 수많은 기록으로 남아있었다. 역대 외국인 투수 중에선 최초로 통산 100승 기록을 갖고 있다고 한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정규리그 MVP와 다승왕, 평균자책점 1위를 모두 해봤다. 팬들은 '니느님'이라고 불렀다. 다른 팀 팬들도 사랑하는 외국인 선수였다. 동료들과 팬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선수였다고 한다.


화면_JTBC <최강야구>


니퍼트의 프로 마지막 시절은 어땠는지도 찾아봤다. 당시 이미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기량이 약해졌고 잔부상이 잦았다고 한다. 구단 입장에선 재계약이 고민되는 점들이었을 테다. 결국 KT위즈와의 계약이 종료된 이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수 부문을 수상한 두산 양의지 선수는 니퍼트를 향해 마음속 영원한 1선발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니퍼트는 또 다른 인터뷰에서 양의지 선수 덕분에 많은 성장을 했다며 역시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KBO 역사에 진한 기억을 남긴 니퍼트가 JTBC 예능 <최강야구>에 등장했다. 출연 소식 자체가 연일 화제가 됐다. 마흔셋의 투수는 시속 147km의 공을 던졌고 팬들은 폭발적인 응원을 보냈다. 2024년 5월 27일 <최강야구>에선 최강 몬스터즈와 고려대의 경기가 방송됐다. 니퍼트는 9회 초에 등판했는데, 팬들 앞에서 마운드에 선 게 2017일 만이라고 한다. 영상에는 소름 돋게 뭉클했다거나, 덕분에 한 주를 행복하게 시작한다는 등 팬들의 댓글이 하루 만에 천 개가 달렸다.


그런 니퍼트가 방송 초반에 눈물을 흘렸다. '레전드 투수'라는 외국인이 최강야구 입단이 확정되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TV 쇼 출연이 아닌 야구를 하러 왔다는 말도 했다. 왜 야구를 하고 싶냐는 말에 그는 매일 야구 생각을 했다고 답한다. 자신은 은퇴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몸 상태도 좋았기 때문에 은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이었다.


화면 출처_Jtbc Entertainment 유튜브 채널


그 모습이 방송됐을 때 니퍼트와의 작별을 제대로 챙겨줬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두산 베어스에서 니퍼트의 은퇴식을 열었어야 한다는 이야기부터, 선수 본인이 은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 은퇴식은 어불성설이라는 말도 있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프로 무대가 아닐 뿐, 니퍼트는 다시 야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2막은 일찍 끝날 것 같지 같다.


그의 '진짜' 은퇴가 왔을 때, 팬들이 사랑했던 이 외국인 선수의 은퇴식이 어떤 형태로든 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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