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불로 질러버린 세계여행 @모로코
모로코의 페스(Fez)는 미로와 같은 구시가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약 9,000여 개의 골목은 이방인들이 함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이 골목들은 사막의 모래폭풍과 적들의 침입으로부터 메디나(Medina, 옛 구시가지)를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그러니 나 같은 미물이 침투할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그 전날 한참 고생했기에 다음 날 숙소를 통해서 가이드 투어를 신청했다. 특이하게 일대일 가이드였다. 누가 보아도 아름답게 생긴 그녀는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된 사람이었다.
그녀가 페스 곳곳을 설명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저건 뭐야?”
“우리가 피부가 고와지기 위해서 바르는 것이야. 너처럼”
“저건 뭐지?”
“우리가 부자들과 결혼을 할 때 사용하는 것이지. 너처럼”
그녀는 모든 세상의 좋은 일이 나에게만 일어난 것처럼 말끝마다 “Like you”를 붙였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걱정이 되었다. 내가 가진 돈이 많지 않아서 팁을 원하는 만큼 줄 수는 없을 터인데…….
“그냥 구경만 하라는 거야. 우리가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입는 것이거든. 너처럼.”
그렇게 그녀가 쇼핑의 소용돌이에 나를 던져 놓자마자, 먹이를 발견한 피라냐 떼처럼 상인들이 모여들었다. 본인들이 파는 옷과 가방들이 얼마나 질이 좋은지, 얼마나 세계에서 합리적인 가격인지 떠들어 대기 시작한다. 나는 일관적으로 돈이 없어, 쇼핑할 생각 없어, 외쳐댔지만 그들은 이미 내 몸에 옷과 가방을 두르고 있었다. 이것저것 걸치니 기괴한 패션이 완성되었음에도 훌륭하다고, 누가 보아도 너를 위한 상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안하지만 이들의 열정을 꺾어야만 했다. 텅 빈 지갑을 보여 주었다.
“이것 좀 봐……. 이게 내가 가지고 나온 돈 전부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에게 두른 옷이며 가방은 원상복구가 되었다. 그들은 신경질적으로 내 가이드를 부른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녀에게 항의하는 듯 했다. 어디서 이런 거지를 데려왔어! 하고. 그녀도 짜증 섞인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 후로 그녀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대단히 달라지지는 않았다. 역시 사회생활을 아는 여자였다. 그러나 “Like you”가 붙는 위치가 달라졌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식이었다.
내가 꿀단지를 가리키며 “저건 뭐지?” 물어보자 그녀가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저건 우리가
살찌고 싶어서 먹는 것이야.
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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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 예고편]
#07 아타카마 사막에서 영어 사용기 @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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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나도 괜찮을까?] by 황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