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_레몬
당신이 주머니에
내 손을 가져간 날
나는 끝도 없이 내일을 의심했어요
내 몸의 빈틈 어딘가
차오르는 찌릿한 느낌
당신과 녹여 먹던
긴 밤을 곱씹으면
시큼한 레몬 향이 입속을 어질렀어요
잃을까 두려워져서
꼭꼭 숨어 먹은 걸 아나요
가지 쳐도 꿋꿋하게
자라난 나의 숲이
뱃속을 간지럽히며 초록을 쏟아내요
내 볼에 맺힌 레몬을
당신께 따다 줄게요
레몬을 깨물어서
입속에 넣어주니
촘촘한 고백들이 두 눈에 글썽입니다
노랗게 영근 울음을
영원이라 불러도 될까요
_이나영 시인, <레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