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진 사랑들을 발견하기까지
매일 다짐으로 시작해야 했던 아침들이 더는 견디기 어려웠다.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그들의 목소리도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때의 나는 쓰기도, 읽기도 멈추게 되었다. 나를 그대로 두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나를 구할 힘도 낼 수 없었다. 그래도 의지할 남편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와 이야기를 하고 나면, 그에게 털어놓고 나면 그래도 숨이 쉬어졌다.
도시에는 멍든 마음을 품어줄 곳이 없었다. 아무 말도 써내지 못하는 손가락도 채울 수 없었다. 그래서 이곳으로 오리라 마음 먹게 된 것 같다. 섬마다 기웃대며 뿌리를 갉아먹고, 물결의 방향대로 마음을 움직이기도 하고, 바람을 붙잡고 편지를 띄울 수도 있는 이곳으로. 사라질 줄만 알던 말들이 비로소 조금씩 잡히는 것 같은 날들을, 살아가고 싶다.
사랑이 가득 차 있는데도 부족하다고 울던 때가 있었다. 갖고 있는 것들이 이렇게 차고 넘치는데, 나는 늘 고팠다. 그 허기가 스스로를 잡아먹고 나서야 내게 담긴 것들을 들여다볼 줄 알게 되었다. 이제는 그것들을 써 내고 싶어졌다. 충만한 사랑을 늘 불어넣어주는 당신을, 언제나 일정한 톤으로 속삭여주는 목소리를, 밥 먹었냐는 말 한마디로 모든 걸 대신하는 마음을. 그 모든 게 결국엔 사랑이라는 것도. 우리가 가진 사랑들을 발견하는 말들을 써 내고, 또 하고 싶다.
뱉아낸 말마다 아픔이 아닌 빛이 박혀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한껏 지금의 행복을 누리겠다.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것처럼. 지금의 찬란한 시간들이 언젠가 내게 또 뱉아낼 것들을 가져다 줄 테니까. 헤매는 시간도 기쁘게 받아들이겠다. 언젠가는 원하는 곳에 도달할 거라 믿으면서. 그런 믿음을 가지고 내게서 태어나는 말들이 포근함을 전할 때까지, 오래도록 당신 곁에서 말하고 쓰고 잠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