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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솔윤베씨 Apr 20. 2024

이 유한한 시간 동안

지금의 나에게



만약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인생은 그저 꺼져가는 과정에 불과하다'

(...) 인생이 흘러가는 과정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유한한 시간 동안 무언가를 해내고 

남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책 _ 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무옌거) 중에서







오늘 아침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아이들을 사랑하는 

지금의 내 모습도 꼭 기록해야겠다고. 



오늘 아침은 샌드위치와 딸기다. 

두 윤윤이들을 식탁으로 모이게 하려면

무언가가 필요한데

오늘 윤성이에게는 그 무엇이 공룡 카드였고

솔이에게는 지난날 자기가 그린 그림들이었다. 



이렇게 다른 두 화두를 가지고 식탁에 앉으면

그날은 멀티플레이를 해야 하는 날인 것이다. 

마치 두 명의 내가 있는 것처럼 

마치 각자의 엄마가 있는 것처럼



육식 공룡과 초식, 잡식 공룡에 대해 이야기하다가도 

솔이가 그린 멕시코에 사는 14세 마카랑카쿤에

대해 이야기하고 질문해야 한다. 








이 회전교차로 같은 대화를 잘 이어가며

아침밥도 챙겨가며

아이들의 아침을 싱그럽게 채우려면

의식에 흐름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는 

깨달음을 정말 최근에야 얻었다. 



내 노력이 아이들에겐 부족할 수 있단 

사실도 최근에서야 편히 받아들였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같은 상황이면

꽤나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이 멀리 플레이를 순조롭게

융합하기 위해선 순서를 분명히 하고 

순서에 맞춰 마치 이 식탁에 

엄마와 단 한 명의 아이만 존재하는 것처럼

집중하고 깨알 같은 즐거움을 쏟아내다가

불쑥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궁금해 목을 쭉 

빼고 있는 다음 순서의 윤이에게

join us ? 의 뉘앙스를 풍기기만 하면 

끝이다. 








그러면 이제 각자의 이야기에

각자가 빠져들어 둘이 이야기를 하게 되고 

나는 그 사이에 아침밥이 얼마나 남았나 

체크만 하고 웃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의식에 흐름에 따라 

먹고 웃고 떠들다 보면 

꼭 윤솔이는 일어나 내 옆에서 다가와 있고

어느샌가 윤성이는 맞은편에 앉아있던 내 무릎에 

올라와 있다. 



오늘은 고개를 뒤로 쭉 빼고 

 품에 안긴 윤성이 뒤통수 한 번 

춤을 추는 건지 일본에 사는 10세 땅이오를 

흉내 내는 건지 모를  솔이를 바라보며 








윤윤을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놀랐다. 

내 안에서 샘솟는 사랑에 대해 놀랐다. 

내가 이렇게 사랑이 많은 사람인 줄 

엄마가 되기 전엔 몰랐다. 

이렇게 사랑을 소중하게 전할 수 있는 

재능이 있는 줄 몰랐다. 



내 안에 움트고 있던 사랑의 싹을 

온 마음 다해 틔우고 있는 지금의 나 자신이 

너무 좋고 뿌듯하고 대견하다는 생각. 

그리고 그걸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아이들이 크고 

이 식탁에 남편과 또는 나 혼자 앉아 

아침을 먹는 기나긴 날들이 찾아오면 

지금의 이 기록을 찾아봐야겠다. 

그때 내 안에 있는 사랑들이

나를 얼마나 깊고 따뜻하고 넓은 

사람으로 변화시켰는지 

나이 들어 지금의 나를 칭찬해 줘야지 : ) 



궁디팡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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