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에게
만약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인생은 그저 꺼져가는 과정에 불과하다'
(...) 인생이 흘러가는 과정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유한한 시간 동안 무언가를 해내고
남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책 _ 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무옌거) 중에서
오늘 아침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아이들을 사랑하는
지금의 내 모습도 꼭 기록해야겠다고.
오늘 아침은 샌드위치와 딸기다.
두 윤윤이들을 식탁으로 모이게 하려면
무언가가 필요한데
오늘 윤성이에게는 그 무엇이 공룡 카드였고
솔이에게는 지난날 자기가 그린 그림들이었다.
이렇게 다른 두 화두를 가지고 식탁에 앉으면
그날은 멀티플레이를 해야 하는 날인 것이다.
마치 두 명의 내가 있는 것처럼
마치 각자의 엄마가 있는 것처럼
육식 공룡과 초식, 잡식 공룡에 대해 이야기하다가도
솔이가 그린 멕시코에 사는 14세 마카랑카쿤에
대해 이야기하고 질문해야 한다.
이 회전교차로 같은 대화를 잘 이어가며
아침밥도 챙겨가며
아이들의 아침을 싱그럽게 채우려면
의식에 흐름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는
깨달음을 정말 최근에야 얻었다.
내 노력이 아이들에겐 부족할 수 있단
사실도 최근에서야 편히 받아들였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같은 상황이면
꽤나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이 멀리 플레이를 순조롭게
융합하기 위해선 순서를 분명히 하고
순서에 맞춰 마치 이 식탁에
엄마와 단 한 명의 아이만 존재하는 것처럼
집중하고 깨알 같은 즐거움을 쏟아내다가
불쑥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궁금해 목을 쭉
빼고 있는 다음 순서의 윤이에게
join us ? 의 뉘앙스를 풍기기만 하면
끝이다.
그러면 이제 각자의 이야기에
각자가 빠져들어 둘이 이야기를 하게 되고
나는 그 사이에 아침밥이 얼마나 남았나
체크만 하고 웃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의식에 흐름에 따라
먹고 웃고 떠들다 보면
꼭 윤솔이는 일어나 내 옆에서 다가와 있고
어느샌가 윤성이는 맞은편에 앉아있던 내 무릎에
올라와 있다.
오늘은 고개를 뒤로 쭉 빼고
품에 안긴 윤성이 뒤통수 한 번
춤을 추는 건지 일본에 사는 10세 땅이오를
흉내 내는 건지 모를 솔이를 바라보며
윤윤을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놀랐다.
내 안에서 샘솟는 사랑에 대해 놀랐다.
내가 이렇게 사랑이 많은 사람인 줄
엄마가 되기 전엔 몰랐다.
이렇게 사랑을 소중하게 전할 수 있는
재능이 있는 줄 몰랐다.
내 안에 움트고 있던 사랑의 싹을
온 마음 다해 틔우고 있는 지금의 나 자신이
너무 좋고 뿌듯하고 대견하다는 생각.
그리고 그걸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아이들이 크고
이 식탁에 남편과 또는 나 혼자 앉아
아침을 먹는 기나긴 날들이 찾아오면
지금의 이 기록을 찾아봐야겠다.
그때 내 안에 있는 사랑들이
나를 얼마나 깊고 따뜻하고 넓은
사람으로 변화시켰는지
나이 들어 지금의 나를 칭찬해 줘야지 : )
궁디팡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