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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너를 만났으면 하는 마음에 가는 곳이 있어. 우리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왠지 네 온기가 여전할 듯한 장소. 헛헛하게 맴도는 말을 속눈썹 아래에 감추고 그 자리에 서있으면 갑자기 언어의 자리를 찾고 나의 지난한 독백은 해방될 것 같은 기분. 탈출한 독백은 방백이 되어 네겐 들릴 거야. 우리는 그런 사이거든. 매질이 없어 전달될 수 없는 소리마저 듣고야 마는, 그런 관계거든.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곳에서 지내니까. 제자리에서 두어 번 발을 굴리면 곧 무대가 솟아오른다. 때론 감시탑처럼 높이 솟아 세상을 굽어보고 때론 하강하여 목을 꺾으며 위를 본다. 어느 쪽도 끝은 없고, 뵈는 것도 없고. 남산 타워 오르거나 만장굴을 헤매거나. 어디도 머무를 수 없다고 걸음을 재촉하는 초침 소리 어디선가 들릴 법도 한데. 극중이라 내겐 전해지지 않나. 나 말고 모두가 듣는 째깍째깍-이라면 너는 듣는가. 네가 객석으로 가서 들어봐. 들리니? 방백밖에 할 수 없는 나는 초침이나 네가 내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내 손으로 막을 내릴 수 없다면 망치를 쥐어주겠니. 독백으로 일관하며 도끼처럼 망치를 휘두르겠다. 무대를 부술 수 없다면 벽을 치겠다. 칠 것이 없다면 놓아주겠다. 그래서 오늘도 그곳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