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발췌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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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췌
2월 오후의 차갑고 맑은 햇빛이 달리의 집 앞쪽 창문을 통해 비스듬히 들어오다가 커다란 거실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의 몸에 부딪혀 깨어졌다. <p.93>
자신이 주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가 들리고, 자신의 입술이 미소를 짓는 것이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는 마치 두꺼운 천으로 여러겹 덮여 있는 것처럼 들려왔다. <p.93>
이디스의 유쾌함에는 히스테리가 언뜻 섞여들었다. <p.97>
두 사람은 인간세상의 잡다한 일들로부터 한참 떨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중략)
두 사람 모두 희망과 조용한 모험이 가득한 것 같은 세상을 지긋이 내려다보았다. <p98-99>
# 단상
결혼식 날의 장면. 그 긴장되고 정신 없는 날을 묘사한 문장들에 빠짐없이 밑줄을 그었다. 내 결혼식 날이 기억 났다. 미소 짓는 기계처럼 웃고 있느라 광대뼈가 아팠던 기억. 혼이 쏙 빠지게 정신이 없어, 감정을 느낄 여유도 없던 그날. 내가 하는 행동이 인위적으로 느껴지고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마치 두꺼운 천으로 여러겹 덮여 있는 것 같던 그 기분을 너무 잘 알겠어서 공감의 웃음이 났다. 감정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지금-여기 현재 경험되고 있는 것을 서술하는 것으로 인물의 마음에 깊게 가닿게 하는 작가의 문장에 감탄이 나왔다.
결혼식 후 곤두선 신경을 애써 감추려는 이디스. 그 이디스의 억압된 마음과 겉으로 드러난 행동이, 어딘가 히스테리가 섞여 들어간 유쾌함이라고 표현한 지점이 참 좋았다. 예민한 구석을 숨기며 사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공감할 법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디스는 무엇이 두려운걸까?
첫날을 완벽하게 만들고 싶다고 중얼거리는 이디스는, 스스로를 완벽의 틀에 가두고 있는 것 같다. 완벽한 부인이 되겠다는, 스스로 세운 기준으로 자신을 부정하고 억지스러운 유쾌함을 끌어올린 이디스. 호텔방에 들어오자 마자 피곤함으로 창백해 진 이유를 잘 알겠다.
인생의 여정 앞에 선 두사람. 그 두사람의 신혼여행은 불시에 찾아오는 어색함과 뜻모를 불안함에도 왠지 모를 미소가 지어진다. 미소 끝엔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불안함의 여운도 남는다. 이디스의 마음을 더 많이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