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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츠뎀 Jul 05. 2024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괴물은 누구일까? _10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가
포도송이처럼 영글어 가는 나의 꿈을 
뚝뚝 떼어내며 웅크린 내 잠에
확 불빛을 쏘아대었다."

                                - 조용미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 중에서


 


자신들의 정해 놓은 중앙의 '순응주의'와 구태의연한 간식문화에 순응하지 않은 P를 자신들의 '타자'로서 '추방'하려 했던 우리 중앙 감사과의 1차 시도는 결국 무산되었죠. 전보심사위원회에서 P의 '추방'이 결정되고 공식 문서 결재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극적으로 그 전보조치는 철회되었죠.  전보조치를 알게 된 P는 인사과장님과의 면담을 통해 그동안 J에서 일어난 간식 갑질 사건의 진상을 알렸고, 상반기에 은밀히 진행된 감사과 감사의 부당함을 알렸죠. 그 감사의 절차적 부당성과 내용적 불합리성을 호소했죠. 오히려 갑질 피해자일 수 있는 P가 마치 '추방' 당하듯 중앙부처를 떠나야 하는 것은 너무 부당한 인사조치였죠. 인사과장님은 그때는 P의 호소에 공감하며, "좀 더 일찍 진상을 알렸다면 상황이 이렇게 본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지 않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죠. 


아무튼, P의 간곡한 호소, 저의 강력한 항의, P의 위태로운 건강상태 때문에 극적으로 상반기 전보조치는 최종 결재 직전에 철회되었습니다. 이런 인사 번복은 우리 조직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었기에 다들 놀라워했습니다. 그래서 이상한 뜬소문이 돌기도 했고요. 우리 조직의 직장협의회에 해당하는 '행가위'(행복한직장가꾸기위원회) 위원장이 발 벗고 나서서 이 인사조치가 철회되었다는 황당한 이야기도 들렸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행가위위원장은 바로 그 '간식 갑질'의 주범 중에 하나였는데도 말입니다. P가 무슨 고위 간부의 친인척이라는 소문도 있었죠. 그만큼 우리 조직이나 공무원 조직에서 한번 결정된 인사조치가 철회되고 번복되는 일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왜냐하면 공무원 조직에서  모든 '철회'와 '번복'에는 '책임'과 '상처'가 따르기 때문이죠. 




그렇습니다. 2023년 상반기 '간식 갑질'을 빌미로 은밀히 감사를 벌여, P를 중앙에서 '추방'하려 했던 '누군가'에게 이번 인사조치의 철회는 타격이 아닐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그 편향적인 감사를 근거로 내려진 전보조치를 철회해야 했다는 사실은 그 감사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해야 함을 의미하고요. 그 감사를 기획한 '누군가'는 이에 자존심의 상처를 입었을 테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불안해졌을 것입니다. 자신이 기획하고 주도한 '감사'의 편향성과 불합리성이 드러날 위험이 커졌던 것이죠. 그 감사의 문제점이 노출되고, 감사 경위가 알려지게 될 경우 이를 주도한 누군가의 권한 남용이 드러날 위험이 커졌던 거죠.  이 불안은 서서히 그 감사를 사주하고, 기획하고 추진한 분의 영혼을 갉아먹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P가 중앙부처에 남아 있는 것은 '그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불안 요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제 이 영혼의 적, 불안을 제거하는 방법은 단 하나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역설적으로 '그들'에게는 P가 중앙에 남게 되었다는 사실이, P를 중앙에서 '추방'해야 할 최대 이유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때를 기다렸습니다. 하반기 인사 시즌이 오기를! 그리고 P에게 '최후의 일격'(coup de grace)을 날릴 기회가 오기를! 아니 그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상반기 내내 P와 절친했던 사무보조와 P의 관계가 아주 사소한 다툼 하나로 틀어진 틈을 타서 그 '용수철 주무관 J'는 마침내 자신의 주특기인 '사내 정치'와 '고발사주' 능력을 발휘해 다시 한번 감사과를 움직입니다. 6개월 넘게 함께 일하던 계약직 직원이 직원들의 지시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일이 번복되고, 직원들을 무시하는 불필요한 감정적인 말을 쏟아내는 일이 잦아지자 담당자로서 P가 이런 부분에 대해 지적을 한 것이 그 계약직 직원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모양입니다.



그 계약직 직원은 P와 작은 언쟁이 있은 후 한참이 지나 공교롭게도 인사시즌을 앞둔 12월에 P가 자신을 부당하게 대했다고 감사과에 민원을 제기합니다. 그 직원이 말한 '부당 대우'라는 것은 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었죠. 지난 상반기 P와 그 계약직 직원은 매우 친밀한 관계여서 같이 밥도 먹으러 다니고, 집에 초대도 하고 하는 사이였지요. 그때 몇 번 퇴근 시 청사에서 인근 지하철 역까지 5분 거리 자신이 태워 준 것을 소위 '갑질'이라고 고발했다고 하더군요. P가 차를 태워달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고, 자신이 태워주겠다고 해서 탄 것을!. 하반기 감사가 진행된 12월까지 계속 그 계약직 직원의 차량을 이용한 것도 아니었죠. 또 4월 이후에는 소관 계가 달라져서 어차피 같이 퇴근할 일도 없어져서 그 직원의 차량을 이용할 일도 없어졌어요.  



그러나, 바로 이 작은 기회를 '그분'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우리 감사과는 5분 거리의 차량 이용, 상대방이 선의로 제공한 차량 이용, 지난 4월에 몇 번 이용한 차량 이용을 소급적용해서 계약직 직원에 대한 '갑질'로 조사를 벌였습니다. 그것 만으로 P를 감사하기엔 자신들도 낯간지러웠던지 계약직 직원에게 예고 없이 야근을 시켰다는 둥, 카톡으로 업무 시간 외에 업무 지시를 했다는 둥, 복도에서 큰 소리로 다퉈 갈등을 유발했다는 둥 황당한 이유를 덧붙여 P를 몰아붙였습니다. 갑작스러운 국회 자료제출 요구 때문에 동의를 얻어 몇 시간 야근을 시킨 게 '갑작스러운 야근 지시'로, 휴무나 연가 일정을 알려주기 위한 문자나 카톡이 '늦은 시간 업무지시'로, 감정이 폭발한 그 직원을 달래준 것이 '고성으로 갈등유발'이 되어 P는 새로운 유형의 갑질 가해자가 되었죠. 



P를 '추방'하려는 자신의 원대한 프로젝트가 상반기에 무산되고, 이로 인해 이제 권한 남용과 갑질 옹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위기에 처한 그 '기획가'들은 이 틈을 활용해 P를 '추방'할 두 번째 프로젝트를 기획합니다. 여기서 다시 그 '용수철 주무관 J'가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죠. 그는 감사과의 두 번째 감사 때 적극적으로 나서 계약직 직원이 P를 감사과에 고발하도록 사주하거나,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P를 제거할 수 있는지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계약직 직원의 허위 진술뿐인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인으로 나서기도 했죠. 그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눈엣가시 같은 P가 계속 같은 부서에 남아 있는 한 자신이 벌인 갑질 괴롭힘 행위들이 결국에는 드러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또 자신의 개인적인 연고를 이용해 우리 조직의 공적 권한인 감사권을 동원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테니까요. 그래서 J는 필사적으로 P를 '축출'할 두 번째 감사 프로젝트에 적극 가담했습니다. 불안한 영혼들이 다른 영혼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그 드라마틱한 막장 드라마의 전모를 다음부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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