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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명징한 물이 담긴
우물이었다
너도나도 물을 퍼간다
마시고
씻고
빨래하고
물이 떨어지기 직전에
누군가 채워넣는다
모든 것이 여전하다
퍼간다
마시고
씻고
빨래하고
떨어지기 직전에
채워넣는다
장맛비가 내리던 어느 날
퍼가고
마시고
씻고
빨래하고
기다리고
누군가 채워주겠지 하며
기다리고
너도나도 물을 퍼간다
바닥이 보이는데도 퍼간다
살피지도 않은 우물엔
가득한 이끼
썩어버린 돌벽
고여버린 물
새로 지은 우물
그들은 알까
나는 공복에 새벽 담배를 문다
혼자 남은 마른 우물을
바라본다
담배연기가
폐부를 깊숙이
찌른다
가슴한켠이 찌르르하고
아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