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s for Things(땡포띵) - 다섯 번째 물건
06:00 알람을 듣는다, 눈을 떴다 다시 감는다
07:00 알람을 한번 더 듣는다, 다시 눈을 감는다
07:30 눈을 뜨고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화장실에 들어가 씻을 준비를 한다.
칫솔을 꺼낸다.
남색과 회색 중 어느 게 내 것이었더라,
잠시 헷갈리다가 회색을 꺼내 치약을 짠다.
양치를 한다.
양치를 하는 동안 잠시 생각에 잠긴다.
우리 집엔 내 것이 아닌 게 너무 많다.
한 동안은,
각자의 칫솔을 꺼내 함께
거울을 마주보며 양치를 하기도 했었고
한 동안은,
손에 샴푸를 덜고 약간의 물을 적셔
거품을 낸 뒤 서로의 머리칼에 부비기도 했다
한 동안은,
각자의 채비를 마친 뒤
하루를 시작하러 나서기 전 찰나가 아쉬워
서로를 껴앉고 뒹굴기도 했다
오늘 8월 1일,
08:00 움직이기 싫은 몸을 일으키고서
회색 칫솔을 들어 양치를 했고
09:00 늘 지나치던 뚝섬유원지역의
강과 햇볕을 보며 그래도 나름 살만하다 느꼈고
09:30 하루를 시작하고
12:30 의미 없는 대화로 배고픔을 채웠으며
15:30 모든 걸 그만두고 싶다가
18:30 오늘도 잘 지나갔다 위안하고
다시 열차에 몸을 실어
뚝섬유원지의 강과 햇볕을 보며
너가 없음에도 나름 살만하다 느꼈다
오늘 끼니를 때울 장거리를 사들고 와
냉장고에 야채를 채워넣기도 전에
소파에 누워 음악을 틀었다
늘 같이 들었던 노래도 있고
같이 들었던 적 없는 노래도 있고
언젠가 함께 듣고 싶은 노래도 있다
사온 장거리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이 하루가 내일도, 모레도
1년 뒤, 5년 뒤에도 같을 것이란 걸
다시 한번 체감했을 때
삶이 힘들어 떠나간 당신의 하루는
이보다도 더 지긋지긋했겠구나
아무도 모르는 밤의 시간이 왔을 때
나는 잠이 오지 않아
끝끝내 술잔을 기울였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숨이 막히고
그래서 한 잔 더 기울인 술잔엔
끝끝내 마음 같지 않은 하루가 남을 뿐
나는 늘 그대가 그립고
내가 보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
내가 낄 틈도 없었고 또 내가 필요도 없었던
당신의 그 힘겨운 순간순간에
결국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없으니
매일 그런 무력함을 수긍하면서
그저 살아야지, 살아야지
그렇게 모두가 살아가는 거 아닐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