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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이별은 그리움만 남겼다

by 들풀

나뭇가지 아래

하얀 구름이 열렸다

얼핏 드러난 푸른 하늘이

제자리라며 구름을 내쫒는다

가만히 두어도

곧 사라지고 말 텐데

그 새를 못 참고

제법 굵어진 소나무 위에

보름달이 떴다

예쁨을 뽐내려는 듯

구름마저 거느렸다

곧 반달이 되었다가

그믐달이 될 텐데

제 스러지는 줄은

짐짓 모른 체 하는지

위세가 당당하다

바람 불어 구름은 흩어졌고

날이 차서 달은 지고 없다

푸른 풀잎에 맺힌 이슬도

햇볕에 날아 갔고

이제 풀잎마저 스러지고 없는데

그리움은 잔상으로 남아 있을까

이별 끝 빈지리에

추억들만

주저리 주저리 열렸다


★ 들풀 ★


♤시작노트

하얀 구름 - 푸른 하늘 - 밝은 보름달 - 이슬 - 햇빛..

자연은 순환하면서 끊임없이 이별을 합니다.

사멸한 자리에는 다시 새로운 존재가 나타나는데..

사람은 한 번 가고 나면 올 줄을 모릅니다.

온 곳을 모르니, 가는 곳을 더 모르고..

살다보니 지금 이곳조차 아득해졌습니다.


#이별 #인생 들풀시 #들풀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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