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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로 May 24. 2023

소중한 아기가 찾아와 주었어요♥

시도 5개월 만에 드디어 임신을 하다.

5월이 되었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이 날 등을 비롯해 학교에서는 중간고사를 마치고 다양한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중학교 시절 2, 3학년을 주로 집에서 보내고 바로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친구 사귀기를 어려워 하고 몸으로 하는 체육활동을 및 단체 활동을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다는 판단 아래 선생님들이 작은 체육 행사를 준비했다. 흔히 생각하는 체육대회와는 조금 다르게 포토존도 꾸미고, 학급 별 대항 게임도 하고, 릴레이 계주도 하고... 특히 '담임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하는 릴레이' 코너를 하기로 해서 나는 사실 심난했다. 배란 예정일에 관계를 갖고 수정이 되었다면 착상할 시기라 생각했기 때문에... 담임 선생님은 선택 사항으로 진행하길 내심 원했다. 하지만 다수결에 의해 나이 의견은 조용히 묻혔고, 사실 수정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 나 역시 마음 접고 릴레이 계주에 참여하기로 했다. 제대로 된 추리닝을 입고 가서 하루 종일 얼굴 빨개지도록 행사를 진행했고, 릴레이 계주 역시 최선을 다해 뛰어 우리반이 1등! 마음 속으로 걱정이 되기는 했으나 건강한 아이라면 어찌됐든 살아남아 줄 거라는 믿음을 가졌다. 

 그렇게 큰 행사 하나를 마무리 하고 스승의 날에는 재량 휴업일로 휴식일을 가졌다. 평일 휴일은 꿀같은 날로 그냥 보내기 아쉬워 1박 2일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연차 개념이 없는 나와는 다르게 남자친구는 일반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원하는 시기에 연차를 낼 수 있어 같이 여행을 떠났다. 여행의 주된 포인트는 해안도로 드라이브와 흑돼지고기 먹기! 정도기 때문에 빠듯한 일정을 짜지는 않았다. 사실 그러한 나의 여행 스타일을  남자친구가 맞춰준 것이었다. 많은 일정을 계획해서 압박감을 느끼기 보다는 해안도로 따라 드라이브 하면서 편하게 쉬다 오는 것이 목표였다. 

 오전에 김포에서 출발하여 제주도에 도착, 차를 먼저 렌트하여 공항 근처에서 접짝뼈국 한 그릇을 비우고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함덕 해수욕장에 도착하였다. 함덕 해수욕장 근처에는 숙소도, 식당도, 카페도  있어서 차들과 사람들로 굉장히 붐인 곳이었다. 주차장에 간신히 차를 대고 카페를 가려던 찰나 눈에 띄는 드럭 스토어가 있어서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깐 안으로 들어갔다.


"오빠, 우리 임신 테스트기 살까?"

"왜? 결과 나올 때가 됐어?"

"그건 잘 모르겠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혹시나 여기서 임신 결과 나오면 추억이 될 거 같아서!"

"그래? 니가 원하면 하나 사서 해보자."


그렇게 임신 테스트기 하나를 구매하고 카페에 들어가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했다. 


"소변으로 테스트 하는 건가? 지금 화장실 가서 하고 올거야?"

"아니, 아침 소변으로 해야 그나마 정확한 결과가 나온대. 그래서 내일 아침에 이러나자마자 해보려고."

"아 그래?"

"여기서 임신 사실 확인하면 진짜 신기할 거 같아. 제주도 베이비야. 그럼 애기 낳고 애기랑 같이 제주도 올 때 이야기 해줘야지. 너의 존재를 이 곳에서 확인했었다고... 그리고 이 곳은 우리에게 굉장히 유의미한 곳이 될 거야."


제주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만은, 나 역시 제주도를 사랑해 웬만한 해외 여행을 가는 것보다 제주도에 가서 고즈넉함을 즐기며 편하게 쉬다 오는 것을 좋아했다. 교직 생활 중에도 틈틈이 일년에 적어도 한 두번은, 많게는 세 네번 제주도에 다녀갔다. 방학이 아니어도 주말 및 재량휴업일을 활용해 1박 2일이라도 다녀와 내 생활에 환기를 불어 넣어주는 것이 내 나름대로의 소확행이랄까... 그런 제주도에서 간절하게 원하던 임신을 확인하게 되면 너무 좋을 거 같아서 한 제안이었다. 


다음 날, 눈 뜨자마자 임신 테스트기를 가지고 화장실을 갔고 검사기에 소변을 묻히고 나서 서서히 젖어가는 시험지를 보았다. 일단 선명한 한 줄과 보일 듯 말 듯 한 나머지 한 줄... 이건 두 줄 인건가? 한 줄 인건가? 너무 간절한 마음으로 임신을 원한 나머지 내가 마음의 눈으로 두 줄을 보고 있는 건가...? 자고 있는 남자친구를 깨워서 판단을 부탁했다. 


"오빠 이 거 한 줄로 보여? 두 줄로 로보여?"

"너무 희미해서 거의 안보이기는 한데... 그래도 두 줄 같기는 한데?"

 

그때부터 폭풍 검색을 했다. 희미한 두 줄이 임신일 수 있는 건가. 굉장히 많은 블로그들을 검색 하면서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음을 알게 되었다. 혹시 임신일지도 모르니 몸 조심을 하고 서울에 가서 산부인과에 찾아가 혈액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아! 그런데 학교 행사 때 릴레이 계주... 열정적으로 뛰었었는데 괜찮을까? 여행 온다고 무거운 짐 들고 왔다갔다 했는데 괜찮을까? 점프샷 사진 찍는다고 폴짝폴짝 뛰었는데 괜찮을까? 그간 며칠 사이 조심성 없던 행동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며... 별 것 아닐 수 있는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까지 걱정이 되었다. 여하튼 일단 산부인과에 가서 확인을 해보는 수 밖에...

 

혹시? 나 하는 기대감에 가득 찬 상태로 그렇게 우리가 함께한 첫 제주도 여행이 마무리 되었다. 

 다음 날, 출근해서 오전 수업을 하고 점심 시간에 잠시 외출을 써서 병원으로 향해 채혈을 했고 결과는 그 날 오후에 나온다고 했다. 오후 일정을 하면서 중간중간 병원에서 전화가 왔나 수시로 확인하였는데 17시가 넘을 때까지 연락이 오질 않아 초조해졌다. 18시가 될 무렵 드디어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여기 OOO산부인과에요."

"네, 결과 나왔나요?"

"호르몬 수치상 임신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너무 극초기라서... 한 번 더 채혈해 보고 수치가 두 배 이상이면 임신 확정으로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다음 내원하실 때 산모수첩 챙기드릴게요. OO일에 내원 가능하세요?"

"네, 그날 병원에 갈게요."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원하고 원하던 아기 천사가 우리를 찾아와 준 것이다. 그것도 제주도에서 천사같은 아기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니! 너무 기뻐서 바로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하였고 바로 이어 엄마에게도 연락을 했다.


"나 아기가 생긴 거 같아. 임신이래."


아직 임신 테스트기에서도 선명한 두 줄로 보이지 않는, 너무나 희미해서 마음으로 느껴야 했던... 미비한 존재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 큰,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그렇게 소중한 아기가 찾아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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