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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순 Jul 04. 2019

단조로운 일상의 진실

권태와 행복, 관성과 가능성 사이

[여행이 끝난 후 D+51일]


매일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예전에는 회사에 출근해서 퇴근하는 삶을 반복했다면 요즘에는 아이들을 보육 시설에 출근시키고 퇴근시키는 삶을 반복하고 있다.


오늘은 산책을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행 중에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믿고 시도해 보는 가능성의 세계에 살았는데 요즘은 관성의 세계를 살고 있구나... 여행 중에는 온몸의 세포를 가능성을 향해 열어두고 risk의 향연을 벌였는데 요즘은 흘러가는 대로, 살아지는 대로 살고 있구나...


밀란 쿤데라의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이런 말이 있었다.


천국의 삶은 우리를 미지로 끌고 가는 직선 경주와는 동떨어졌다.
그것은 모험이 아닌 셈이다.
이미 아는 것들 에서 뱅뱅도는 삶인 것이다.
그 단조로움은 권태가 아니라 행복이다.

천국의 삶은 모험이 아니고 이미 아는 것들에서 뱅뱅도는 삶이라니...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겠노라 몸부림치며 살아왔었는데 이 글을 보니 보고 싶지 않은 진실,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을 마주한 기분이다.


천국에서의 삶은 어쩌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익숙한 환경에서 익숙한 사람들과 익숙한 생활을 반복하는 단조로운 삶. 그걸 좀이 쑤신다 못 견뎌하며 꾸역꾸역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행복임을 아는 삶.


원학 스님은 산에서 산을 찾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라셨는데 어쩌면 스님처럼 도가 튼 사람들 만이 매트릭스의 진실과도 같은 무서운 반전, 바로 지금의 일상이 천국이고 이 참을 수 없는 권태안에 행복이 있음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 같은 범인은 일하면 놀고 싶다. 놀면 일하고 싶다. 여행 가면 집에 가고 싶다. 여행 안 가면 집을 떠나고 싶다. 변덕을 부리며 피로로 점철된 삶을 사는데 말이다.


안정된 일상과 모험을 함께 꿈꾸는 모순덩어리의 나.


모험이 risk의 향연일지라도 이너 보이스가 '지금이야!'라고 속삭이면 또 떠나려 들겠지만 이제는 조금 더 현명해지고 싶다.


모험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동경과 갈망으로 현재를 지옥으로 만들기보다는 이 단조로운 일상을 행복한 눈으로 바라보고 나만의 귀여운 천국으로 만드는 지혜를 배우고 싶다.


관성의 세계 안에서도 얼마든지 가능성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음을 매일의 실험을 통해 확인하며 살고 싶다.


별거 아닌 시도부터

끌리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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