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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더 김인숙 Jan 07. 2019

쉽게 굶어죽지 않아요-

1인기업의 시작

어썸피플 멤버들과의 추억. 하하 프로젝트 런칭 준비중 @2012년 12월 31일의 기록


 교육회사 창업을 준비하던 시절, 5명의 팀원들은 회의가 끝나면 항상 떡볶이와 분식을 먹었다. 우리는 각자 아르바이트를 해서 최소생계비를 벌었다. 다른 사람들은 카페, 스터디룸, 맥도널드에서 일을 했고 나는 배달앱 회사에서 전단지를 시스템에 옮기는 일을 했다. 시급이 꽤 쏠쏠해 하루 5시간 주 5일 일하고 약 70만원의 월급을 받았다. 주말에는 중학생 조카의 공부를 도와주고 30-40만원을 받았다. 월세를 내면 남는 돈이 거의 없었지만 아껴쓰면 어떻게든 살 수 있는 돈이었다.


 대학교 축제가 열리면 졸업생들이 학교를 찾는다. 재학생들이 운영하는 주점에 찾아가 술을 팔아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 축제의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실컷 놀고 난 후 선배끼리 돈을 모아 재학생들의 뒷풀이 비용을 지원했던 적이 있었다. 모두 5만원씩 내자고 했는데 나는 고작 그 5만원이 부담스러워 안절부절이었다.


인숙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려고 열심히 시작하는 단계니까 돈 내지 마.


 한 선배의 목소리였다. 선후배 앞에서 고작 5만원을 내지 못한다는 부끄러움보다 그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동기들은 물론 후배들도 하나 둘 씩 취업을 해 돈을 벌고 있었다. 그들 앞에서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이해해 줘서 고마워. 내가 지금 막 시작하는 단계라 여유가 없어. 다음에 내가 꼭 살게.”


 서른을 코앞에 두자 마음이 비장해졌다. 결단이 필요했다. 앞으로 무엇을 더 열심히 할 것인지, 집중할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했다. 본격적으로 퍼스널 브랜딩 교육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틈틈이 커리큘럼을 구상했지만, 완성도를 위해 준비 시간이 필요했다. 한 달 벌어 한달 사는 생활이었지만 허리띠를 졸라매고 딱 한 달, 교육을 완성하는 데 모든 시간을 쏟았다. 그렇게 스물 아홉의 12월을 집 안에 틀어박혀 보냈다.


 다음달 벌이가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 신용카드를 쓰는 것도 무서워 비장의 카드, 돼지저금통을 꺼냈다. 적금 대신 푼돈이라도 모으자는 생각으로 그날 그날 생기는 모든 동전을 무조건 넣어두던 소중한 내 금고였다. 뜯어보니 생각보다 500원짜리가 많아 ‘이 돈으로 한 달 쯤은 버틸 수 있겠지’ 싶었다. 집 근처에 1500원짜리 주먹밥을 파는 곳이 있어 하루 두 끼를 그곳에서 해결했다. 매일같이 카드 대신 동전을 한 움큼 내밀며 주먹밥 두개를 사왔다.  ‘카드 수수료 안 나가서 사장님이 좋아하시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한달동안 온갖 주먹밥을 실컷 맛볼 수 있었다.


스물아홉, 1달간 집 안에서 열심히 만들었던 워크북이 완성된 후 -


 드디어 새해가 밝았다. 11명의 인원과 함께 교육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후 기업의 마케팅 실무와 강의, 컨설팅, 브랜딩 자문까지 활동영역을 넓혀가며 지금에 이르렀다. 매달 고정적인 돈이 들어오진 않았지만 최소 100만원 정도는 어떻게든 벌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평균 수입이 높아져갔고 어느덧 지출계획을 세울 수 있어졌다. 첫 목표는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 것, 머지않아 신용카드를 쓰고 돈을 값아야 했던 사이클에서 벗어나 체크카드를 쓸 수 있었다. 다음 목표는 저축, 한 달에 2만원씩 청약저축을 들었고 비 정기적인 기업 강의료는 무조건 저축했다. 사무실을 위한 보증금이었다. 혼자 일한 지 3년째 되던 해, 결국 그 목표도 달성할 수 있었다. 6년차에 접어든 요즘, 대박은 없었다. 정말 천천히, 아주 조금씩 여유가 생겼다. 

 

“회사 그만뒀어요. 더 이상 조직에서 일을 하고 싶지 않아요.”  “이번 달 까지만 일하고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어요. 이제 제 일을 시작해 보려고요.” 회사를 그만두거나 그만두고 싶을 때 사람들이 나를 찾는다. 그 때마다 이렇게 되물었다. “퇴직금은 나와요? 아니면 실업급여는 나오나요?” 아니면 “혹시 모아둔 돈은 있어요? 그 돈으로 몇 달간 생활이 가능할 것 같아요?” 돈 한푼 없이 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불안한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3개월, 혹은 6개월. 모아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그 기간 안에 최선을 다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유가 없다면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 수 있는 일을 찾고, 나머지 시간에 하고자 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돈이 없으면 위축되고, 예민 해 지고 또 조급해 질 수 있다. 특히 직장생활을 하다 그만 둔 경우, 돈이 있다가 없기에 더 힘들어하는 것을 수차례 지켜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엔 꼭 이렇게 덧붙인다. 

쉽게 굶어 죽지는 않아요.
나도 그랬고 다른 이들도 어떻게든 살아지더라고요.
크게 걱정하진 말아요.


 신기하게도 돈이 떨어질 때가 되면 새로운 일이 생기고 위험하다 싶을 때에는 어떻게든 해결이 되었다. 이는 비단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에 만난 한 스타트업의 대표님도, 고민 끝에 프리랜서를 선언한 포토그래퍼 친구도 똑같은 말을 했다. 창업관련 유튜브로 유명한 소사장소피아님의 유튜브에서도 똑 같은 이야기를 발견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옛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닌가 보다. 고정적인 월급은 아니어도 어느 순간 안정은 찾아온다. 물론 두 손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말이지만 말이다.



김인숙

퍼스널 브랜드 디렉터, 현재 be.star라는 브랜드 매니지먼트와 1인기업스쿨을 운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브랜딩 전략을 자문하는 일을 하고 있다.

브랜딩과 마케팅, SNS와 콘텐츠에 관심이 많아 관련 일을 해 오고 있으며, 특히 사람을 좋아해 개인에게 적용하는 퍼스널 브랜딩 일에 뛰어들었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는 방법으로 '1인기업'과 '퍼스널 브랜딩'을 제시하고 있다.


 * 개인 블로그 : http://bestarbrand.blog.me/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dreamingkis/

 * 유튜브 (뭐해먹고살지?) : http://bit.ly/2Phvn84


브랜드 매니지먼트 be.star (1인기업스쿨)

 * 홈페이지 : http://www.bestar.kr

 * 인스타그램 : http://www.instargram.com/besta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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