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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이 Apr 10. 2023

나의 작은 부엌

도쿄소비일기

평일 아침은 커피와 토스트, 시리얼과 사과 같은 과일 등을 먹는다. 이불을 걷고 침대를 빠져나와 양치를 하고 체중계에 올라선다. 주말이면 집 근처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마트에 들러 그날그날의 식재료를 고르고, 식탁을 차린다. 요즘은 체중조절을 위해 세븐 일레븐의 닭 가슴살 바나 컵 하루사메 등으로 대충 먹는 날이 많지만 부엌은 내가 사랑하는 곳이다. 도쿄 워홀 시절부터 함께 해 온 작은 냉장고, 지난밤 해 둔 설거짓거리와 뽀송뽀송하게 마른행주들.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곳. 남편과 함께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대화를 나누거나 가만히 앉아 생각을 정리하기 좋은 곳. 일상을 살아갈 힘을 주는 나의 작은 부엌을 오늘도 가만히 쓸고 닦는다.


먼지는 몇 번씩 쓸고 닦아도 또 쌓이는 귀찮은 존재지만, 버려야 할 물건을 알려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나는 그릇을 좋아해서 하나 둘 모으는 취미가 있는데 부엌이 작다 보니 모으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늘어났다 싶으면 물건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가장 마음에 드는 컵이나 그릇을 제외하고 한동안 쓰지 않았던 것들은 일본의 중고 거래 플랫폼인 메루카리에 출품하거나 동네 플리마켓에 참가해 판매한다. 일본에 워킹홀리데이로 처음 왔을 당시 집 근처를 산책하다 '필요하시면 자유롭게 가져가세요' 박스 안에 예쁜 유리컵이 잔뜩 있는 걸 발견하고 얼마나 신나게 주워왔던지... 그때는 컵 하나, 그릇 하나 살 돈도 아까워서 다이소를 내 집처럼 드나들곤 했었는데 그때를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지. 다짐해 보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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