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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국밥' <철뚝소머리집>, 재료 소진되면 문 닫는다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철뚝소머리국밥집>

by 이한기 May 07. 2024


주문진 수산시장 부근 <철뚝소머리국밥>. 한우 소머리국밥 전문점인데, 예전 이름은 <철뚝소머리집>. 수산시장 번화가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 나홀로 식당이다.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 한 외지인이 길을 걷다가 얻어걸릴 수 없는 위치. 그만큼 목이 좋지 않다.


어제 저녁 때 검색하다 눈에 띈 곳인데, 영업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다만, 재료가 소진되면 예정시간보다 일찍 문을 닫는단다. 외관은 평범 시골집 분위기다. 예전엔 간판조차 없었던 모양이다. <백반기행> 허영만 화백이 “간판이 보이지 않아 두 바퀴를 돌았습니다“라고 써놨다. 지금도 간판이라기에는 너무 작은, 가게 이름 로고 타입을 프린트한 스티커를 붙여놓은 듯하다.


오전 7시15분쯤 도착하니 좌식 반, 입식 반인 가게 안에는 벌써 반쯤 손님이 채워졌다. 대개 부부나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다. 이 집에서는 주문이 필요 없다. ‘밥’이 두 종류인데, 소머리국밥과 공깃밥이다. 소머리국밥에 밥이 딸려나오니, 앉으면 인원 수대로 국밥을 내준다.


국물 첫 술을 뜨는 순간, 꾀부리지 않고 선도 좋은 고기를 오랜시간 고아 액면 그대로의 고기 육수를 내놓았다는 걸 대번에 알 수 있다. 지금껏 먹어본 소머리국밥 가운데 원탑이다. 단 하나 아쉬웠던 건 공깃밥이 질었다는 것. 국밥류에는 고슬고슬한 된밥이 훨씬 어울리는데. 그래도 그 단점마저 메인인 소머리국밥이 커버해준다.


주문진에 가면 아침 일찍, 또는 점심에 꼭 가보길 권한다. 구구절절 설명해봐야 소용 없다. 먹어보면 무슨 말인지 안다. 이 맛이 유지되고, 가게가 오래 지속되길 바랄 뿐이다. 정말 고마운 한끼였다.


그런데, 가게 이름의 ‘철뚝’은 무슨 뜻일까? 나는 철길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철뚝’은 철쭉의 충북 사투리고, ‘철둑’은 철도가 놓여있는 둑이란다. 철쭉소머리국밥?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다음에 가면 물어봐야겠다.


※ 음식점 이름 <철뚝소머리국밥>의 '철뚝'은 '철도 둑'이라는 의미라고 장계근 님이 댓글로 알려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일제강점기 강릉에서 원산까지 철도노선이 있었어요. 38선으로 기차는 원산에서 양양까지만 운행했어요. 비록 폐선이지만 그 철도 둑 아래에 음식점이 있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철뚝소머리국밥 #주문진 #2024_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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