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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이 Oct 18. 2022

따뜻한 물 샤워가 좋아

[8/100] 도전 : 1일 1글쓰기 - 프로젝트 '좋아해'

아, 잊고 있었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기분을.

매해 자꾸만 더 조금씩 더 더워진다. 집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 동안은 하루에 두 번, 많게는 세 번씩 찬물을 몸에 끼얹으면서도 미지근해! 불만족스러웠다. 그런데 마침내 솜이불을 덮고도 춥지 않은 계절, 드디어 따뜻한 물이 활약을 할 때가 왔다. 체온보다 약간 높은 온도로 정수리부터 어깨, 몸을 지나 발까지 흐르면 나도 모르게 음- 낮은 목소리가 나온다. 피로하지 않은 데도 피로가 풀리는 감각.


욕실에 뽀얗게 수증기가 차오르면 매년 살까 말까 고민하는 이동식 욕조가 떠오른다. 씻을 때마다 따뜻한 물에 몸을 폭 담그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지만 현실은 진짜 욕조보다 만족도가 떨어질 것이고, 청소하기도 귀찮아하겠지. 여름에는 걸리적거릴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 번번이 구매까지 이어지진 않는다. 그렇다고 혼자서 목욕탕을 가기엔, 몸 불리기 → 세신! 너무 목적 지향적이고 심심하다. 대신 씻을 생각은 않고 한동안 도인처럼 물줄기를 맞고 있다. 아이 따뜻해.


어쩐지 샴푸도, 샤워타월의 거품도 따뜻한 물이라 더 풍성한 것 같다. 피부도 더 매끄러워지는 것 같다. 현실을 왜곡하는 데는 기분만 한 게 없다. 따뜻한 물에 빠져 머리를 두 번이나 감고도 더 씻을 데가 없을 때는 뿌옇게 김이 서린 안경도 괜히 한 번 닦아 주면서 시간을 유예하다, 어쩔 수 없이 샤워를 마친다. 그러나 아쉬움도 잠시. 따뜻한 안갯속에서 꼼꼼히 수건질을 하고 로션까지 바르고 나면 또다시 기대감이 차오른다. 문을 열면 순식간에 느껴지는 찬 공기! 묘한 해방감이 느껴진다(노천탕 가고 싶네).


샤워하는 동안 발매트에 앉아 얌전히 기다리던 고양이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려주고 차가운 물을 한 컵 받아 마신다. 겉따속차 최고야♥ 행복 별 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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