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싸름한 초콜렛]을 읽고
달래장 만들기
재료 달래 조금, 청양고추, 고춧가루, 매실액, 통깨, 진간장, 참기름
만드는 방법
달래를 다듬는 일은 시간과 손이 많이 드는 일이니 체력적 여유를 두고 시작한다.
달래의 동그란 머리 부분 껍질을 벗긴다.
알뿌리 아래 부분의 검은 티끌을 하나씩 떼어낸다.
흙이 많은 부분이기 때문에 손톱으로 잘 긁어가며 세척을 한다. 꼼꼼하게 손질하지 않으면 흙 냄새가 날 수 있다.
이파리 중 시든 부분은 잘라낸다.
다듬은 달래를 하나씩 흐르는 물에 헹구고 1cm 전후 길이로 썬다.
양념장 재료를 섞은 후 잘라둔 달래를 넣어 완성한다.
“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인 먹는 것을 놓고 바보와 병자가 아닌 이상 누구든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도 있다. “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중-
시아버지가 사셨다는 땅을 구경하러 갔었다. 강남에서 판교 가는 길목에 위치한 금싸라기 땅,이였으면 참 좋았겠으나… 강원도 어떤 산자락 밑에 있는 공기 좋은 터였다. 산 밑이라 들꽃들이 많았다. 야생 달래도 있었다.
“와, 달래도 있네요? 저 달래장 되게 좋아하는데.”
달래장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이 곳을 구경하러 오게 되어서 즐겁다는 티를 내 시부모님 기분을 맞춰드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그 얘길 들은 시아버지는 그 근처에 있던 야생 달래를 몽땅 뽑아주셨다.
애써 뽑은 달래를 받았으니, 이젠 이걸로 무조건 달래장을 만들어야 했다. 혹시라도 다음 번에 만나뵈었을 때 “달래장은 잘 해 먹었니?” 라고 하면 아무런 죄책감 없이 “네, 너무 맛있게 해 먹었어요.” 라고 대답할 수 있는 정도의 성의는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엄마가 만든 달래장은 다 합쳐 몇 리터는 먹었어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다. 내심 생각했다. 달래장 정도야 뭐, 어렵겠어?
잘못된 생각이었다. 달래를 다듬는 것이 아주 보통 일이 아니었다. 알뿌리를 하나씩 손톱으로 다 떼어내고, 흙이 떨어지도록 몇 번이나 물에 헹구어 내고, 시든 이파리를 일일히 골라내다 보니 허리가 아팠다. 달래 숨이 죽을까봐 따뜻한 물도 쓸 수 없었다. 손이 얼 것 같았다. 타인의 기분을 맞추려는 섣부른 말 한 마디와 맞바꾼, 스스로 만든 지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행히 양념장을 만드는 부분부터는 아주 간단했다. 재료를 모두 한 데 섞고 쫑쫑 썬 달래를 넣기만 하면 된다. 몇 시간 동안 달래와 씨름하던 중 엄마가 생각났다. “지난번에 준 달래장 다 먹었니? 다 먹었으면 또 해주게.” 엄마가 끊임없이 리필해주던 달래장이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반찬이었다니. 엄마는 날 위해 얼마나 많은 달래를 다듬었을까? 직접 해 볼 기회가 없었다면 전혀 몰랐을 일이었다.
요즘 인생이 참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한다. 내 맘대로 살았던 내 인생에, 원치 않는 양념들이 쉽게 뿌려지고, 나 또한 이로 인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괴로웠다. 그런 점에서 내 인생은 달래장과 닮아있었다. 흙냄새가 가득하고 군데군데 시든 이파리도 붙어있던 야생 달래같던 나를, 부모님이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다듬어 주셨는지. 그 고단함이 어땠을지. 그렇게 곱게 다듬어진 나라는 달래는 사회생활이라는 양념에게 얼마나 쉽게 절여지고 있는지.
하지만 또, 양념장 없는 달래는 씁쓸하기만 하다고 내 자신을 설득한다. 적절한 간장과 양념들 속에 적당히 절여진 달래. 간장과 어우러지며 씁쓸함은 잠재우고, 달래 본연의 향긋함은 잃지 않은 달래장은 얼마나 근사한가. 길고 지루한 달래 다듬기도, 너무 쉽고 간단해서 허무한 양념장 만들기도, 맛있는 달래장이 되려면 꼭 필요한 과정들일 거라고. 엄마도 그걸 알아서 그토록 소중히 달래를 다듬은 것이 아니겠냐고, 스스로를 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