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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 mei mi Aug 07. 2020

새로운 시간

- 나의 데님 로드 (My Denim Road) -




<  창가 자리 병실. 볕이 잘 들었다.  >






수술을 받고 병상에 누워  안정을 취했다.  마취가 깨어나며 밀려오는 통증이 있었지만 발목의

마비가 풀리고 방사통이 사라졌다. 왼쪽 다리를 지배했던 다리 저림의 고통에서 해방되었다. 그

러나 다음날 다시 방사통이 올라왔다.  눌려 있던 신경 손상 부위가 회복되는 단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했다. 이것이 없어져 통증이 사라질 수도 아니면 후유 장애로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다

고 했다.





<  가장 맛있었던 병원 밥, 돈가스!  >





12시간 금식 후 수술을 받고 나니 처음 병원에서 제공되는 식사가 기다려졌다.  삼시 세끼가 일정한

시간에 매일 나왔다. 하지만  일명 '병원밥'은 역시나 환자의 건강을 생각해서 저염식이다. 정갈하고 

예쁘지만 음식의  간이 매우 약하다. 그래서 오래 입원한 환자들은 한두 숟갈 뜨는 시늉만 하고 밥상

을 물렸다. 내겐 이 식단의 사진을 찍는 것이  입원 기간 중 소소한 재미였다. 또 중요한 일과 연관돼

어 있어 남기지 않고  다 먹어야 했다. 그것은 배변에  관한 문제였다.




먹으면 소화가 되고 배설을 하는 게 자연스러운 몸의 순환이다. 그런데 수술 후 사흘이 지나도록 배변

을 하지 못했다. 수술 부위는 등허리인데 복부와 항문까지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식사 때마다 진통

제와 함께 나오는 강력한 변비약을 먹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내 몸이 내 것 같지 않은 상태를 되

돌려야 했다. 밥을 먹고  보조기에 의지해 병원 복도를  열심히 걸었다.  500ml  텀블러에 물을 계속

채워 가며 마셨다.  입원 닷새째 되는 날 아침. 담당 간호사 선생님께서는 오늘 안에 소식이 없으면 관

장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그동안의 노력으로 배변에 성공했다. 복

부 근육의 움직임이 점차 돌아왔다.






입원한 병실은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상주할 수 없는 간호 통합 병동이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간병

인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 신청했다. 환자들만 지내는 병실이라 조용한 편이다. 한 공간을 쓰는 환자

들 중 나는 유일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사람이었다. 허리 보호대를 차고  워커에  몸을 기대 걸어야

했지만, 내 발로 땅을 딛고 걷는  소중함을 느꼈다. 나와 대각선 방향에 계셨던  아주머니는 넘어졌

는데 허벅지 뼈가 여섯 조각으로 부서졌다고 했다. 다섯 조각은 붙고 인공뼈를 삽입해서 수술했지만

이상 반응을 일으켜 재 수술을 해야 했다. 얼마 전 본인의 고관절 뼈를 조금 긁어 인공뼈를 빼낸 부위

에 이식 수술을 하셨다. 벌써 같은 부위로 3번의 수술이었다.



"내 시간은 3년 전에 멈췄어..."



뼈가 여섯 조각으로 나눠지던 3년 전, 아주머니의 시간은 정지했다. 수술 부위를 바라보며 하신 그

말에 가슴이 아렸다. 수술 잘하는 병원이니 이번엔 꼭 뼈가 붙을 거라고 말씀드렸다. 이후 퇴원을

하고 나서도 이 말은 내 귓가에 맴돌았다.  내 시간도 1년 전에 멈춰 있었다.  삶이 나아가질 못했다.

이제는 움직이는 새로운 시간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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