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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교진 Aug 09. 2018

장기 연명치료에서 일어나는 갈등

충실한 삶이란 무엇일까



어머니 병원에서 오는 전화는, 내가 어려운 결정을 해 주어야 할 문제가 발생해서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병원비 상승에 대해서도 같이 전해듣는다. 이 더운 날 병원 전화를 받으면 등줄기에 땀이 쭉 흐른다.
다행히 방금 병동 간호사실에서 걸려온 전화는 단백질 보충제가 떨어져 더 드릴지 말지에 대한 허락을 구하는 내용이었다. 한 번 드리는 데 3만 원 정도 한다고 하고, 나는 당연히 드리도록 말씀드렸다.

이 정도 비용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아니 훨씬 비싸도 감내해 왔고 지금도 그런 마음이다. 여러 속마음의 고민도 없지 않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과연 어머니께 도움이 될까 하는 고민이 적지 않다. 하늘만 아는 마지막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그날이 편하게 오도록 돕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한편, 친한 의료인 친구나 나를 잘 아는 전문의의 생각은 다르다.
모든 환자가 욕창, 폐렴 등의 고통을 거쳐서 가는 길에 허락해야 하는 부분을 너무 막지 말라는 말씀에 누구보다도 욕창 예방에는 선수인 내 경험과 그 과정을 이미 겪고 하늘에 계신 분들의 미소가 같이 아른거린다. 천국이 이 땅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모르지 않고 나 또한 이 땅에서 아버지와 남편의 역할까지만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내가 엄마라면 "얘야, 영양제 놓지 마라. 이 좁은 병상에서 엄마는 오래 있고 싶지 않아" 할 것이다. 그 말씀이 속에서 늘 울려오고 심히 아프다. 친한 감염내과 선생님은 소극적으로 간호하고 가정에 충실하라는 말씀을 오래 전에 해주셨다. 나는 가정에 충실하면서 어머니께도 충실한 태도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버티고 있다.

영양제, 초음파 시술, 항생제, 독감 주사 등 계절마다 따라다니는 이런 치료들에 허락을 구해 올 때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다. 어찌 "노" 할 수 있을까. 난 성경의 사랑을 묵상하고 판단한다. 부디 이런 과정의 숱한 고민을 거쳐 하나님이 어머니를 부르시는 그날이 가장 행복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 어려운 문제와 고통을 해결하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지 않다.

201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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