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주인공이자 관객

by 선향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인사이드 아웃' 등 재미있고 감동적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픽사에서 20여년을 일한 스토리텔러 매튜 룬에 따르면 잘 만들어진 이야기에는 주인공, 목표, 한 가지 또는 그 이상의 장애물, 그리고 그 장애물의 극복을 통해 이루어낸 주인공의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고 한다.


주인공이 장애물을 극복하고 변화하는 것을 보는 것은 감동적이고 재미있다. 하지만, 그걸 내가 겪게 되면 한숨이 절로 난다. 내가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고, 눈을 가리고 어둠 속 미로를 헤매는 듯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마음속에는 두려움이 가득해진다.


자신에 대한 의구심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괴로워하는 주인공이 있다. '겨울왕국'의 엘사와 안나이다. 나는 '겨울왕국' 2편에 나온 안나의 고뇌에 깊이 공감하였다. 어두운 동굴에 갇혀서 눈사람인 울로프가 녹아내리는 것을 보며 언니 엘사가 죽음을 맞이했다고 믿게 된 안나는 희망을 잃고 큰 상실감과 두려움 속에 빠진다. 그 상실과 두려움 속에서도 한발 한발 내딛으며 어둠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안나의 노래 '해야 할 다음 일(The Next Right Thing)' 이 막막한 내 하루에 힘을 내라고 격려해주는 듯 했다.


내가 공감한 것은 그녀의 막막함과 두려움이었다.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자신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주어진 장애물은 앞이 보이지 않는 자신의 막막함과 두려움이라는 감정과 온갖 비관적인 전망이다. 안나는 노래한다. '멀리 보지 않을래, 이 순간만 생각해, 숨을 크게 내쉬면서 한 걸음 더 가볼 거야', '잠든 태양 깨어나 모든 게 달라졌다고 말을 해줄 때까지 포기는 없어, 나를 믿고 해야 할 일을 해'.


'나를 믿으라'는 말은 그렇게 이 순간에 집중하며, 자신을 등불 삼아 막막함 속에서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고 눈앞에 주어진 해야 할 다음 할 일을 그저 해나가라는 이야기일까? 관객인 우리는 안나의 삶을 지켜보지만 내 인생을 지켜봐주는 이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사는 주인공이기도 하고 관객이기도 하다. 내 인생에는 내 인생을 지켜보는 '나'라는 자각이 항상 따라 다니니까 나는 내 인생의 기록 영화를 찍고 있는 셈이다. 내가 주인공인 내 인생에도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목표, 한 가지 또는 그 이상의 장애물, 그리고 그 장애물의 극복을 통해 이루어낸 주인공의 긍정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나는 어떤 스토리라인을 찍고 있는 주인공인가?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내 스토리의 장애물은 무엇인가? 그리고 내가 장애물을 극복할 때 나는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할 것인가?


나는 자기 확신이 부족한 삶을 살아온 소시민 주인공이다. '나를 믿으라.'는 목표를 부여받은 나는 나를 믿지 못하게 만드는 많은 외적, 내적 요인들을 장애물로 마주하고 있다. 나는 자신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온갖 제약들을 극복하고 스스로를 믿으며 사는 삶이라는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싶다.


역경을 극복한 주인공은 영웅이다. 저마다 주인공이 되어 영웅 스토리를 찍으려고 이 지구별에 왔다. 각자가 자신의 삶에서 마주하는 제약과 목표는 각기 다르다. 자신의 삶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하는 결말을 맞이할 수 있도록 어둠 속에서 자신을 믿고 한 발 한 발 내딛을 수 있기를 기원 드린다.


골부리


고부르르

골부리를 보면

생각나는 얼굴

아부지 가신 그해

무심코 사갔다가

엄마 미간에 고부르르

팔자 주름 만들었던,


참 골몰히 파먹어도

먹은 것 없는 인생

고리 끊긴 남은 생 아쉬워

입맛 다시게 되는

고불 고불 골부리

아련한 얼굴


* 골부리: 다슬기의 방언(경북), 올갱이라고도 함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