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린 보이에라는 스웨덴 시인이 있다. 그녀의 시 첫 구절은 스웨덴어를 거의 다 잊어버린 지금도 외우고 가끔 되뇌고 있다. 아래는 내가 번역한 시의 전문이다.
물론이죠, 아픈 법이죠
-카린 보이에-
물론이죠, 아픈 법이죠, 움이 틀 때는.
안 그러면 봄이 왜 주저하겠어요?
봄의 뜨거운 갈망이 얼어붙은 시린 방에
묶여있던 이유가 무엇이겠어요?
겨우 내도록 움은 숨어 있었어요.
터트리며 피어나는 저 새로움은 무엇인가요?
물론이죠, 아픈 법이죠 움이 틀 때는,
아픈 법이죠, 자라나는 것들은
그리고 닫히는 것들은.
물론이죠, 힘든 법이죠 방울져 떨어지는 건.
두려움에 떨며, 잔가지에 달라붙어
무겁게 달려, 부풀어 오르다, 미끄러지는 -
무게는 아래로 잡아끌죠, 매달려 있으려 하지만.
불확실함 속에서, 두려워하며, 분열되어 있는 것은 힘들어요.
깊은 곳에서 끌어당기며 부르는 것을 느끼는 것은.
가만히 앉아 떨고만 있는 것은 -
머물려고 하는 것은 힘들어요.
떨어지려고 하는 것도.
하지만 가장 힘든 순간, 아무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바로 그 순간,
나무에서 싹이 기쁨으로 움터 오르죠,
그때는 어떤 두려움도 더 이상 막지 못해요.
반짝이며 아래로 떨어지는 나뭇가지의 물방울,
새로움에 겁먹었다는 걸 잊어버리고,
몸을 펼치며 날아오르기 전의 두려움을 잊고 -
잠시 동안 최고의 안전함을 느끼죠,
이 세상을 창조한
믿음 속에 쉬면서.
움이 트기 직전, 그리고 물방울이 떨어지기 직전 그 얼마나 긴장된 순간인가? 필연적으로 트일 움이고, 필연적으로 떨어지고 말 물방울이지만 다음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의 두려움과 주저됨, 긴장에 대해 얘기한다.
이 시가 요즘 들어 생각나는 건 계속 매달려 지탱하는 데에도, 손을 놓아버리고 떨어지는 데에도 똑같이 지속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봄이 와서 공기가 따스해지면 움은 트기 마련이고, 물방울이 점점 무거워지면 아래로 떨어지기 마련인데 무엇이 그렇게 주저되고 두렵고, 아프고 힘들까?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 나를 끌어가고 있는 가운데 끊임없는 생각이, 미련이, 욕심이 계속 하여 나를 긴장되게 만든다.
지금 있는 것들과 인연이 다하는 순간이 필연코 온다. 익숙한 사람들과도, 일과도, 집과도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온다. 시인은 싹이 트는 순간의 환희, 그리고 물방울이 떨어지는 순간의 자유로움은 붙잡고 있던 무언가를 놓아버리고 난 후 이 세상을 창조한 믿음 속에 쉬는 최고의 안전함이라고 표현한다. 손을 턱 놓아버리는 순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어느 순간이라도 믿기만 하면 되었다는 것을.
떨어지기 전 안간힘을 다해 매달려 지탱하는 순간에 필요한 용기를 생각해본다. 안전함에 대해 지나치게 염려하지 말 것, 어른들 말씀대로 다 살게 되어 있으니까. 주변의 시선에 대해 의식하는 것도 그만 두자. 이제는 에너지를 나 자신에게 집중해서 스스로에게 힘을 주는 생각과 느낌을 불러와야하는 때이니까. 막혀있던 에너지가 흘러내리고 이제 새로움이 시작된다. 용기 있게 한 발을 떼면 놀라운 기적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믿자. 떨어지는 순간 기쁘게 날개를 펼칠 수 있기를!
바퀴
내려가는 힘을 받아
올라간다.
올라가는 힘을 받아
내려간다.
달리니까
올라가고
움직이니까
내려간다.
서있을 땐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는다.
달리니까
앞으로 나아가니까
올라갔다가
내려간다.
가만히 제자리에 있으면
올라갈 일도
내려갈 일도 없다.
나는 바퀴다.
달리는 바퀴다.
그래서 때론
멈출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