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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퍼즐 맞추기

by 선향 Mar 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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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어보았다. 내 마음의 금실이 당신에게 가닿고 있나요?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창조하여 경험하는 신이 맞나요? 우리는 어떻게 소통하나요? 각자의 우주가 연결되어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창조를 통해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걸까요?     


이 물음에 대해 누군가가 내게 답을 주려 하는 듯하다. 전혀 의도치 않았는데 이 질문에 답을 하는 듯한 영상을 '우연히' 발견했기 때문이다. 영상 속에는 정신분석학자 칼 융의 '동시성'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다. 융이 한 내담자와 함께 상담을 하고 있었다. 


내담자의 꿈에서 황금 풍뎅이를 선물 받은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닫혀있던 창문에 곤충 한마리가 부딪쳐 온다. 문을 열고 보니 황금 풍뎅이에 가까운 장미벌레였다. 이 사건에 주목한 융은 인과 관계가 없는 둘 이상의 사건이 하나의 의미를 이루듯 동시에 발생하는 일을 '동시성'이라고 부르고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해 간절히 답을 구할 때 우연히 돌파구처럼 던져지는 답, 누군가가 자꾸 떠오를 때 그 사람에게서 오는 연락, 자꾸 반복적으로 보여 내게 의미를 전달하는 듯한 어떤 숫자나 상징 등이 동시성을 경험하는 순간이라고 한다. 이게 '동시성'인가 싶은 장면들이 사람들마다 한, 둘 정도는 있을 것이다.      


내가 경험한 가장 강력한 동시성은 1992년쯤 일년간 스웨덴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을 때 꾼 꿈이다. 가슴이 시커멓게 뻥 뚫린 채 엄마가 울부짖고 있었다. 그 꿈을 꾼 후 집에 전화를 했는데 엄마는 별 말씀이 없으셨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꿈을 꾼 그 당시, 새벽장터에 배추를 팔려고 경운기를 몰고 가시던 아버지에게 교통사고가 났고, 갈비뼈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해 계셨다고 했다. 나중에 집에 돌아온 딸에게 그 사고 얘기를 꺼내시며 아버지께서는 '널 영 못 볼 수도 있었다.'고 말씀하시며 눈물을 글썽이셨다. 우리의 마음은 무언가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느낀 순간이다.    

  

'우리가 찾는 것은 우리를 찾고 있다'는 썸네일을 달고 있는 영상에서는 '야코보 그린버그 (Jacobo Grinberg)'라는 이름의 멕시코 신경과학자의 이론을 소개한다. 영상이 시작되며 그린버그는 말한다.      


"우리는 모두 상호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미 서로의 뇌 활동 사이에도 상호작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즉, 당신의 뇌 활동은 제 뇌 활동과 상호작용하고, 제 뇌 활동은 당신의 뇌 활동과 상호작용합니다. 각 사람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의해 영향을 받는 개별적인 존재입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바로 그렇게 일어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끊임없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영향을 받습니다. 우리의 생각 중 많은 부분은 사실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라 집단에서 나온 것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뇌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집단에서 오는 것들이 사람에 따라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린버그는 나와 집단의 뇌가 연결되어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한다. 간절하게 구하면 답이 온다는 동시성의 작용도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서이다. 격자무늬의 수없는 황금 거품들이 서로 얽혀 빛을 내며 동시에 그리고 개별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고 현실을 창조하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모든 것들이 연결되고 상호작용하고 있다고 말하는 불교 인드라망의 세계관과 일치한다.     

 

나라는 한 존재가 어디서 뚝 떨어져서 혼자 태어나고, 혼자 자라나고, 혼자 소멸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자. 방 안에 홀로 있어도 우리의 뇌는 인터넷을 통해 세계와 연결되고 있다. 그 이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것들이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믿자. 


그 거대한 존재는 나를 살리고자 하고, 나와 공생하는 존재이며, 나 또한 그 일부이다. 나라는 퍼즐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가야 비로소 우리라는 전체의 퍼즐도 완성된다. 예전에 써둔 시들과 요즘에 쓰는 글들을 연결하며 나 혼자서 놀라고 있다. 그때의 그 마음과 지금의 이 마음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게 미래의 마음과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믿는다.   

   

퍼즐 맞추기     


첫 발을 떼는

나는 모른다.


어떤 그림이 완성될 지

다만 퍼즐의 첫 조각을

놓았음을 알 뿐     


미래는 고이지 않고

흐르는 시냇물 같아

물길 따라 걸어간다.


내 발길 따라

한 조각 한 조각

퍼즐 조각들은

제 자리를 찾아들 뿐  

   

물길이 멎는 그날

알 수 있으리라.


내가 완성시킨 그림을,

어떤 생애 하나가

퍼즐 한 조각이 되어

제 자리를 찾아갔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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