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인생이 유독 빛나 보일 때가 있다. 나는 이 모양인데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잘 나가고 있지? 저 사람이 회사에서, 사회에서 저렇게 신뢰를 쌓고 입지를 넓히는 동안 나는 대체 뭘 했기에 이렇게 헤매고 있고 내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일까? 가라앉는 마음 한 자락을 보며 이 모든 잡음이 시작된 지점을 파헤쳐 본다.
이 세상은 정신적 존재인 내가 물질적 몸을 통해 삶을 경험하는 곳이라고 한다. 보이는 모든 것, 들리는 모든 것, 만져지는 모든 것이 뇌라는 필터를 거쳐 의식에 전달되고 의식이 인지하는 범위 내에서 각자의 세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켜보기 전까지는 파동으로 있다가 지켜보는 순간 입자로 움직이는 물질의 양자적 성질까지 더해져서 이 말은 더욱 더 그럴듯하게 느껴진다.
더 나아가 이 세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은 내 의식 세계의 반영일 뿐이라는 말도 있다. 물리적 세계가 있어서 뇌가 그 세계를 인지한다기 보다는 내 의식이 이 모든 물리적 세계라는 환영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각자가 자신의 의식세계를 가지고 각자의 의식이 만들어낸 세상을 살고 있다고 한다. 여러 사람, 책을 통해 이 말을 많이 접하다보니 어느새 나도 이 말을 점점 더 믿어가고 있는 중이다.
내가 경험하고 있는 이 세상을 내가 만들어내고 있다니! 나뿐만 아니라 내 옆에 존재하는 이들 또한 각자의 세상을 만들어내어 살고 있다니! 각자의 신념체계가 그대로 반영되는 각자의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이 세계관에선 개개인이 모두 창조의 신이다. 그러니 고통 받지 않으려면 자신이 인지하는 범위 내에서 고통 받지 않을 수 있는 자아관과 세계관을 갖추어야 한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이미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끌어당긴다'는 제임스 알렌의 말도, 의식의 주파수에 맞춰 끌어당김이 가능하다는 말도 이 세계관에 근거한 믿음이다. 내가 나를 이러이러하다고 믿고 있는 자아관에 근거하여 다르게 펼쳐질 수 있는 세상이다. 사람들이 열심히 무의식에 자기 확신을 집어넣고 그 자아감에 상응하는 긍정적 감정 상태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이유이다.
그럼 이 세계관에선 너와 내가 어떻게 소통하지? 너와 내가 같이 공동으로 창조하는 현실, 즉 나의 큰 관여가 없이 일어나는 듯해 보이는 (어쩌면 내가 존재함으로써 필연적으로 나의 관여가 있을 수밖에 없는)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 사건 같은 것들을 내가 어떻게 경험하는 거지? 나 외의 수많은 인간들이 각자의 인생을 창조해 살아간 흔적들인 글과 영상, 그림, 사진들은 어디까지가 그들의 창조물이고, 어디까지가 나의 창조물이지? 내가 나 이외의 인간 존재라고 믿는 타인은 과연 그 모습 그대로 정말로 존재하는가? 물방울 하나에 우주가 들어있는데 이런 물방울들이 수도 없이 모인 우주라니. 생각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타인의 대단해 보이는 삶이 내 머리 속에 시기, 질투, 자책, 우울이라는 잡음을 일으킨 내 현실로 되돌아오자. 그리고 이 세계관을 기억해 보자. 내 눈에 빛나 보인 그가 경험하는 세계에서는 그가 신이겠지만 내가 경험하는 내 세계에서는 내가 신이다. 나라는 신이 나라는 왜소한 인간을 만들어 내고 그 옆에 그라는 커다란 인간을 빚어내었다. 나는 나를 작게 만들고 그 옆에 그를 크고 훌륭하게 만들었다. 나라는 신에게 대단해 보이는 그가 왜 필요했을까? 그를 통해 솟아나는 이 생각과 감정들은 왜 생겨나는 것이지? 그에게 재능과 능력을 주고 나에게는 왜 이런 제약을 걸었을까?
누군가의 인생이 대단해보일 떼, 누군가의 인생이 내게 영향을 미칠 때 이런 생각들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남을 크게 보고 나를 작게 보던 생각이 전환되어, 남이 나라는 큰 물방울 속에 존재하는 작은 물방울로 재정렬된다. 나라는 신이 무엇을 경험하려고 이런 상황을 만들어서 겪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나라는 신이 스스로에게 걸어놓은 제약들이 벗겨진 삶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 하자.
이 글이 당신이라는 신에게 닿는다면 응답해주기 바란다. 내 마음의 금실이 당신에게 가닿고 있나요?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창조하여 경험하는 신이 맞나요? 각자의 우주가 연결되어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창조를 통해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걸까요?
통로
우주의 휘파람 길
사람은 그 길이 지나가는 통로
억만 겹의 색과 향을 품고
억만 갈래로 달려가는
우주의 숨결
칠공의 창을 열고
홀홀히 지나가는
그 흐름에 몸을 맡겨
색색으로 물든다
향향으로 피어난다
억만 꽃 송이, 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