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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e J Nov 08. 2017

남겨진 것

여행의 끝과 시작 그리고 나에게 남겨진 것


베트남의 로맨스가 지나갔다.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옛 방에 들어와 한참을 멍하게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그러다 문득 들어 올린 수첩에서 기행의 마지막날 글이 눈에 들어왔다.


아쉽다 하지만 아쉽지 않다 끝이기도 하지만 시작이기도 하니까

모든 게 물거품처럼 사라질까 무섭다 하지만 또 무섭지 않다 그건 처음부터 물거품이었던 것이 었으니까

...

마지막 기차에서 만난 친구는 뇌공학을 공부 중인 한국의 학생이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이제 갓 결혼해 이탈리아에 정착을 한 언니와 만났다.

이 둘은 나와 너무나 다르지만 또 다르지 않았다.

모든 이 들이 그리움도 외로움도 사랑도 앞으로의 설레는 미래도 품고 살고 있었다.

혼자 가는 길이지만 또 혼자만이 아님이 느껴졌다.

모든 사람이 나처럼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내가 모르던 새로운 길들도, 사람들도 , 장소도 낯설고 두렵다기보다 아름다웠다.


새로운 낯선 길들을 두렵게 보다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마음을 배웠다.

지금은 그저 처음 여행을 갈 때 마음을 잊지 않고 지금의 마음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다.

 -2013년 6월


여행전 세일즈 일을 할 때 난 꾀나 성적이 좋았다.

하지만 항상 실수는 일어나고 직원들과의 트러블도 있었다.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을 때 스스로가 너무나 작고 하찮게 느껴졌다.

우수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너무나 문제가 많은 사람처럼 여겼다.

그렇게 베트남을 가기 위해 일을 그만뒀고 마지막날 팀장님께 장문의 메시지를 받았다.

그중 마지막 문장에 참았던 눈물이 떨어졌다 .

'불완전한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 수고했다.'

그래 나만 불완전한 게 아니다 사람은 모두 불완전한 존재였다.


그래서 다짐한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너무 엄격하지 않기로.

우린 모두 불완전한 존재이고 그러므로 다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동질감을 느끼며 위로하며 위로 받으며 살아가는것이다.


베트남을 가기 전 모든 결정이 쉽지 않았던 때가 문득 생각이 났다.

지나고 나니 모든 일이 너무 쉬운 일이었는데 말이다.  

심지어 베트남에 사는 건 하기 싫은 일을 견디는 일도 아니었고 하고 싶은 일은 포기하는 것도 아니었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말해야 하는 그런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일이었다.

지금도 앞을 내다보니 쉬운 게 없다 막막함이 짙어진다.

하지만 이 순간도 지나고 나면 이 또한 그저 과정 중 일부가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기에 어려운 무언가가 닥쳤을 때 조금덜 겁내고 더 용기 낼 생각이다.


행운과 불운은 구름과 같아서 바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너무 힘이 들 때 바람이 얼른 그 구름들을 걷어 주길 그리고 결국 구름들은 흘러갈 거라 나를 위로했던 말이다.

우린 살아가기에 어쩔 수 없이 많은 날씨를 겪어 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건 나의 힘듬과 기쁨에서 한 발짝 뒤로 걸어 나와 나의 감정을 바라보게 만들어 한편으론 날 조금 더 덤덤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이 말은 나에게 모든 게 결국 내 마음가짐에 달렸다 라고 이야기해주며 내 삶의 힘든 순간 내 옆에 있어줬던 말이다.  

 이 세상에 너무 쉬운 것도 너무 어려운 것도 없으니 결국 중요한건 내 마음가짐이란 것이다.


생각한 것보다 세상은 넓고 기회는 언제나 있었다.

오히려 문제는 그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지 였다. 내가 준비되어 있는 사람인지가 더 중요했다.

스무 살에서 서른 살이 산골짜기 물이 흐르듯 빠르게 흘러 버렸고 그 시간은 앞으로의 10년도 생각보다 아주 빠르게 흐를 거라 한다.

같은 모습으로 베트남에 함께 지냈던 친구와 이야기했다. 지금부터의 걸음, 앞으로의 10년 , 그 삶으로 인생이 너무나 달라 질테니 지금 우리가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을 어떻게 살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그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잊지 말자고,  10년 또 10년 을 살아가며 기회들이 다가올 때 준비되어있는 우리가 되어있길 그저 응원한다고.

그래서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한 준비를 행복하게 하려 한다.


무언가 강한 감정을 가졌던 시간의 기억이 특별하다.

모든 게 잊혀 가도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마음 깊숙한 시절의 기억이 지금 일 것 같다.

이 순간을 허투루 보낼 수 없다.

이 감정 또한 허투루 쓸 수 없다.


2017.11

우후죽순으로 쓴 이 베트남기 속에 이 순간 이 감정을 남겨둔다.

그저 이 마음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다 .   



브런치 Brunch.co.kr/@smile-j

인스타 smile_jaek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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