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또, 불안해하고 있었구나
불안감을 다스리는 것은 인생을 사는 데에 굉장히 중요한 능력인 것 같다.
나는 쉽게 불안해하는 편인데 별 것 아닐 수 있는 사소한 요소들이 모였을 때 갑자기 불안감이 증폭된다. 날이 흐릴 때, 내가 놓쳤던 정보를 알게 되었을 때, 갑자기 예정에 없던 약속이 생겼을 때, 갑자기 늙은 것 같을 때.. 몇 시간 전과 딱히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불안감은 모든 것을 흔들어 놓는다.
그럴 때 나는 살짝 떨어져서 내 상태를 체크한다. '왜 불안한 거지? 면접 때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말해야 한다는 것이 두렵구나. 갑자기 내가 늙어버릴 까봐, 당연하다고 느낀 것이 사라질까 봐 두렵구나.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까 봐 두렵구나. '
대부분 무언가 사라지거나 잃게 되거나, 망칠까 봐 느껴지는 두려움이 그 원인이다. 기대하고 원하는 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을까 봐, 안정적인 상태가 깨질까 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은 이미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안정감의 반대가 불안감이듯이, 불안한 이유는 ‘안정감을 지속적으로 느끼지 못할까 봐’ 미리 겁먹은 것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크게 바뀐 것이 없는데 미리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불안해한 것처럼 안정감을 느끼는 것도 어렵지 않다.
날씨가 우중충하거나 낯선 사람들에 의해 내 일상이 결정될 것 같은 상황일지라도 안정감을 느끼는 데에 필요한 ‘최소한의 영역과 조건만큼은 변함없이 충족’될 것이라고 마음을 안심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탈락해도 다음 기회는 있어. 크게 달라지진 않아. 갑자기 늙은 것 같다면 차라리 지금 물 많이 먹고 운동을 해. 하루 사이에 엄청 늙진 않아. 어차피 터널의 끝은 있고 하루의 끝도 있어. 이따 꿀잠 자야지.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까 걱정은 내일 생각하자. '
불안감을 느낄 때는 결과가 부정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많은 무게를 싣게 되는데, 사실 우리 마음이 두려움에 잠식돼서 선택하지 못한 긍정적인 가능성 또한 항상 존재한다. 그 존재만 다시 제대로 짚어주면 연쇄적인 부정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긍정적인 결과의 가능성은 부정적인 것과 똑같은 확률이고 우리가 불안에 잠식되지 않는다면 긍정의 연쇄작용 또한 생길 수도 있다.
길을 보는 사람과 장애물을 보는 사람의 차이는 똑같은 확률 사이에서 어느 쪽을 보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 아닐까? 일상의 불안감이 미래에 대한 부정과 긍정의 진단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해서 생긴 일임을 확인하고 마음이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도록 조절한다면 불안감 밖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질 것이다.
"불안감 밖에 머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