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이모
지난 금요일 대학원 졸업식이 있었다. 기독교 선교사가 세운 학교라 축도에, 찬송가를 부르는 식순이 생경했지만 겸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1시간가량 진행된 졸업식은 총장의 축하 말씀을 가장 많이 할애하며 심플하게 끝났다. 2년 전 그저 큰 포부나 야망은 없이 다니고 싶은 마음에 대학원에 간 내 무모함은 2년 반 뒤 무사히 졸업하는 것으로 하나의 언덕을 잘 넘은 기분이다.
졸업식에는 부모님과 동생이 시간을 내어 와 주었다. 함께 사진을 찍다 보니 교정에는 나와 같은 졸업생과 그 가족, 친구들로 가득했다. 맑고 더운 날씨에 사진 명당에서 복작이며 저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는데 문득 오지 못한 나의 이모가 생각났다.
입학 후 엄마와 이모가 서울로 놀러 와 모처럼 교정에 가서 찍은 사진을 들춰보았다. 2년 뒤 졸업식에서 또 사진 찍자고 약속했지만, 이듬해 폐암을 발견하고 항암치료를 받던 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셨다.
대학교 졸업식 때 못난 내 태도로 멀리서 온 이모와 사진 한 장 제대로 못 남긴 죄책감을 대학원 졸업식에서라도 제대로 보답해 드려야지 생각했지만 이모의 폐암은 무서운 병이었다. 이모를 그리워하며 미안한 죄책감은 두고두고 기억해야겠다.
졸업날, 하늘의 구름 한 점 떠 있었는데 이모가 잠시 찾아와 준 것이리라, 이모 그곳에서 잘 계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