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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토카 매거진 Mar 01. 2022

레이서의 초상

모터링 아트 9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댄 그위닛(Dan Gwinnett)은 어렸을 때부터 굉장한 레이싱 머신들을 접했다. 그위닛은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4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내 아버지는 모터사이클 광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아름다운 빈센트(20세기 초중반 영국의 모터사이클 회사)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아버지는 나를 태우고 동네를 빠르게 질주하곤 했고, 나는 모터사이클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가 모터사이클을 갖는 것에 반대했다. 대신 내가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르노 도피네(1956년부터 1967년까지 생산된 경제적인 소형차)를 숨겨두었다가 첫차로 줬다. 한때 런던 콜택시로 쓰인 차였지만, 고르디니 엔진을 달고 있었다. 아버지는 내가 이 차를 복원하는 걸 도와 아주 훌륭한 소형차로 만들었다. 나는 차를 복원해가는 것을 즐겼는데, 그림 그리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됐다. 이 과정을 통해 각종 부품의 작동원리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1955년 르망에서 우승한 재규어 D-타입과 마이크 호손
아우토 우니온 C타입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베른트 로즈마이어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그위닛은 상점을 장식하는 일을 했다. 하지만 그의 관심사는 건축에 있었고, 결국 그는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야간학교에 다녔다. 일이 잘 안 풀려 좌절한 그위닛은 그림 그리는 것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제 60대 중반에 접어든 그는 본머스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배우고 있다.



랄프 로렌이 소유한 1930년식 블라우어 벤틀리 4½리터에 앉은 팀 버킨
르망에서 수심 어린 표정으로 걸프 917 앞에 선 영웅 스티브 맥퀸


경주용 모터사이클을 탄 친구 아들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경주차와 인물(men and machines) 연작이 시작됐다. 그위닛은 “나는 블라우어 벤틀리(벤틀리 4½리터 기반의 경주차)를 무척 좋아했다. 팀 버킨(벤틀리 보이 가운데 한 명으로 모터스포츠에서 활약한 인물)과 랄프 로렌이 함께 있는 그림이 데뷔작이다”며, “그 그림은 내 생애 첫 굿우드 전시에서 금방 판매됐고, 나에게 고무적인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그위닛은 누볼라리의 알파 몬차와 아우토 우니온 옆에 선 로즈마이어 그림을 포함해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나는 레트로모빌(클래식 자동차 쇼)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을 갖고 있고, 이미 ‘부가티 에이스’ 헬레 니스(모델이자 무용가 출신으로 부가티를 타고 그랑프리에서 활약한 여성 선수)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위닛의 말이다.


그가 좋아하는 행사는 거스톤 다운과 위즈콤(이상 영국의 힐클라임 대회)이다. 언제나 다양한 종류의 차량이 참가하기 때문이다. 그위닛은 “캐스트롤 R에 한번 빠지면 답이 없다”고 말했다.


포르쉐 팬인 그위닛이 스티브 맥퀸을 작품 대상으로 삼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위닛은 “스티브 맥퀸은 숭배의 대상이고, 반드시 걸프 917과 함께 그려야 한다. 917은 울부짖으며 질주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은 최고의 경주차”라며, “나는 여러 번 사용된 모습으로 보이게 그리려고 노력했다. 깨끗한 차는 개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위닛 특유의 작품 스타일은 우연히 생겨났다. “나는 그림을 크게 그리는 걸 좋아한다. 완성되지 않은 모습은 이해하기 쉽고 친숙한 느낌을 준다. 오일 물감은 내가 좋아하는 수단이다. 하지만 집에서 오일 물감을 쓰면 냄새가 지독하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가끔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곤 한다” 그위닛의 말이다. 


2015년 1월호 @autocarkorea I classic & sports c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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