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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토카 매거진 Mar 23. 2022

이토록 사랑스러운 클래식카

모터링 아트 25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밤마다 반복되는 일이 더 이상 따분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윌리엄 비(William Bee)의 책은 클래식 자동차를 좋아하는 부모들에겐 하늘이 준 선물이다.


비는 런던 왕립 예술대학을 졸업한 뒤, 폴 스미스, 이세이 미야케 같은 유명한 고객들을 상대로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상업 분야 작품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고, 자연스레 어린이 책의 세계에 들어서게 됐다.


그의 데뷔작인 『기차가 지나가고…』에는 자동차가 한 대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다음에 선보인 『자동차가 지나가고…』에서는 클래식 자동차에 대한 그의 애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마세라티 250F와 닮은 경주차가 모래사장용 소형차와 나무로 장식한 왜건과 함께 나온 것이다. 『미글루의 날』은 동화책 읽어주느라 지친 부모들에게 아예 클래식 자동차 가이드나 마찬가지다.


『미글루의 날』의 축제 장면


『미글루의 날』에는 로터스 엘란, 시트로엥 메하리, 윌리스 지프, 르노 4, 이세타 같은 차가 잔뜩 나오지만, 무엇보다 레이싱에 대한 비의 열정이 강하게 느껴진다. 책에는 포르쉐 917이 나오기도 하고, 모든 번호판은 그가 좋아하는 드라이버들과 연관이 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르노 4


“NL 757784의 NL은 니키 라우다의 이니셜이고, 뒤에 있는 숫자는 그가 F1 챔피언에 오른 연도다. 나는 1978년 시즌을 가장 좋아한다. 경주차, 리버리, 드라이버, 그리고 헬멧 그래픽까지 모든 것이 훌륭했다.”


비는 친구와 함께 소규모 경주대회에 직접 참가하기도 한다. 그는 “북아일랜드 얼스터에서 열린 경기에 몇 번 나갔다”며, “올해 말에는 내 1929년식 오스틴 세븐으로 VSCC(빈티지 스포츠카 클럽) 테스트를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발랄하게 재해석한 콜린 채프먼의 로터스 49


비가 평소에 타고 다니는 차는 모건 4/4다. 그는 지금까지 소유했던 차들 중에서 4/4가 가장 튼튼하고 믿음직스럽다고 말했다. 그가 이전에 탔던 차들은 모리스 마이너, 트라이엄프 2000, 로버 P4, 포르쉐 964 등 매우 인상적인 것들이다. 그는 “964는 아주 효율적이고 안전했지만, 흥미를 끌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최악으로는 버스 앞에서 스핀 해버린 폭스바겐 비틀 1302를 꼽았다.


『농부 스탠리』에서 랜드로버를 모는 햄스터 스탠리
『자동차가 지나가고…』에 나오는 마세라티 250F와 비슷한 차
『보드킨네 할아버지 차고』


비는 예전에는 손으로 그림을 그렸지만, 지금은 컴퓨터를 쓴다. 하지만 최첨단은 아니다. 그는 아직까지 낡은 맥 G5와 프리핸드 5.5(현재 버전 10까지 나와 있다!)를 쓰고 있다. 이런 그의 모습은 어쩐지 그가 한 이야기와 잘 어울린다.


“나는 초창기 골프를 좋아한다. GTI 말고. 소박하고 꾸밈없는 1세대 골프가 있으면 내 오스틴 세븐을 견인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을 텐데….”


『미글루의 날』에 나오는 연쇄 추돌 현장


2015년 11월호 @autocar korea I classic & sports c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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