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당신도 나를 지나쳤다
내 이름은 어디에도 없다.
전화번호부엔, 회사 표지판엔,
주간 회의록에도 없다.
시간표는 있지만
그건 나를 위한 게 아니다.
나는 늘 빈칸의 자리를 메운다.
잠드는 시간이 들쑥날쑥해
알람 대신 본능으로 깬다.
점심은 밤에 먹고
출근은 새벽에 한다.
몸은 낮과 밤의 틈에서 늘 헤매고
달력은 평일과 주말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처음 온 장소에도 익숙한 척해야 하고
어색한 얼굴들과 금세 친해져야 하고
그날의 작업복이 나의 명함이다.
누군가의 부재로 시작된 하루를
나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이름으로 끝낸다.
퇴근하는 문밖에는
다시 또 다른 출근이 기다리고
그 사이 어둠에 묻혀 잊히는 한 사람이 있다.
나는 아직,
전화번호부에 적히지 않은 직업을 한다.
from. 임시직 교대근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