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당신도 나를 지나쳤다
어릴 적엔 내 이름이 있었다
부르기 쉬운, 하지만 끝까지 불리진 않는 이름
출석부 끝자락 어딘가에서 늘 망설이던 목소리처럼
나는 한 글자씩 지워졌다
누구의 사진에도 찍히지 않고
누구의 문장에도 들어가지 않는 말
그 말이 내 하루를 덮었다
도무지 말릴 수 없는 어둠처럼
그늘 밑에서 자라지 않는 꽃처럼
내 안의 이야기는 피지 않았고
어디서부터가 시작이고
어디까지가 나인지도 모른 채
나는 세상의 곁에서만 자랐다
내가 다녀간 길은 늘 없어졌다
출근도 퇴근도 기록되지 않는 시간들
도시의 바닥 아래 깔린 발자국처럼
누구의 눈에도 닿지 못한 채
나는 있었고, 지금도 있다
단지 아무도 부르지 않았을 뿐
그게 나를 지운 이유가 되진 않는다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름은
여기 있다,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from.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