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을 두고 멈칫하는 마음
아내가 퇴사하고 난 뒤,
우리는 이상하게 카페 앞만 지나면
걸음이 느려졌다. .
딱히 커피가 먹고 싶은 것도 아닌데,
발걸음이 멈췄다.
“오빠, 오늘은 그냥 가?”
아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응, 집에 가서 내려 마시자”라고 말했지만
그 말의 속뜻을
서로 너무 잘 알고 있었다.
5천 원이면... 굳이?
그 계산이 동시에 머릿속에 떠올랐다는 것을.
집에 돌아와 커피를 내리는데
아내가 컵을 들고 말했다.
“이게 더 맛있긴 한데...
그래도 가끔은
밖에서 마시는 그 맛이 있잖아.”
말투는 가볍지만
표정은 살짝 내려앉아 있었다.
나는 괜히 천장만 쳐다보다가
“다음엔 그냥 사 마시자”고 말했지만
그 말도 어쩐지
위로 같지도, 해결 같지도 않았다.
사실 문제는 커피가 아니었다.
퇴사 이후 우리는
장을 볼 때도,
배달 앱을 켤 때도,
서로의 눈치를 한 번씩 보게 됐다.
커피는 그중에서
가장 먼저 드러나는 작은 신호였다.
예전엔 아무렇지 않던 선택들이
요즘은 서로의 마음을
슬쩍 건드리는 버튼이 되어버린.
그럼에도
가끔은 용기 내서 카페로 간다.
앉아서 각자 핸드폰만 보고 있어도
묘하게 편해지는
그 시간이 있어서.
오늘처럼
집에서 내린 커피를 마시면서도
가끔은 생각한다.
커피값이 아까워진 게 아니라,
커피 한 잔을 두고 망설일 만큼
우리가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중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