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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애 Oct 29. 2019

세상에 어둠이 내리는 시간, 만전 차산으로

만전에서 만난 찻잎 따는 차농들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늦은 오후에 구불구불 산길을 달리고 고개를 넘어 윈춘 친척의 만전 차밭 입구에 도착했다. 찻잎을 따고 나와 잠시 쉬고 있는 차농들이 있어 가까이 다가가 보니 마대 자루에 오후 동안 따 모은 찻잎이 담겨있다. 손을 넣어 만져 보니 따뜻한 열기와 함께 향이 올라온다. 


찻잎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순간부터 산화작용이 일어 난다. 마대자루 같은 곳에 두껍게 담아 놓으면 산화작용이 더 강하게 일어나 뜨끈뜨끈 열이 나면서 찻잎이 갈홍색으로 떠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렇게 급격한 산화가 진행되면 좋은 향기와 맛을 담은 고품질의 차를 만들 수없다. 


지리산의 찻잎 따는 할매들도 기온이 높아지면 차나무 그늘 같은 시원한 곳을 찾아 찻잎이 담긴 자루나 보따리를 헐석하게 풀어헤쳐 급격한 산화가 진행되지 않도록 따놓은 찻잎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이곳의 차농도 마대자루를 열어 놓아 급격한 열기로 인한 산화가 진행되지 않게 해 놓고 쉬고 있었다. 찻잎을 펼쳐 널어 자루에 담긴 동안 발생한 열을 식히고, 천천히 수분이 빠지면서 위조(찻잎 시들리기)가 진행되어야 향과 맛이 좋은 고품질의 차가 만들어진다.


윈춘이 찻잎을 가져가 작업한다며 승용차에 실었다. 그리고 차농들은 하루 일과를 마친 가벼운 발걸음으로 삼륜 오토바이를 타고 떠났다.  

만전 차밭 들어가는 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숲길을 걸어서 만전 차밭으로 들어갔다. 앞서 가는 윈춘을 보며 차농의 길을 생각해 본다. 생업으로써 좋은 품질의 차를 만들어 가정을 꾸려야 하는 것은 이곳의 차농이나 지리산 골짜기 차농이나 같지 않을까? 

이 길의 끝은 없겠지만 이번 여행을 마치고 지리산으로 돌아가면 앞으로의 차 만들기가 한층 더 깊어지기를 바래본다. 


고차수들이 자라는 생태환경은 숲으로 둘러싸여 마흑채와 비슷해 보였으나 나무들이 더 굵고 키가 높았다. 들어가는 중간중간에 미래의 고차수가 될 작은 차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야생의 원시림이 아니기에 풀도 뽑고 차 씨를 심어 차나무를 키우며 다원 관리를 하고 있었다. 


차농의 길, 그 처음은 건강한 생태환경을 만들어 좋은 품질의 찻잎이 나오도록 차밭을 관리하는 것이다. 여기나 지리산이나 마찬가지겠지. 이런 생각들을 하며 차밭을 둘러보고 나와 오늘의 최종 목적지 윈춘의 집으로 향한다.


윈춘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난 풍경

계속 이어지는 산길이다. 석양이 물들어 가는 풍경이 아름다운 산굽이 길에 차를 잠시 멈추고 사진을 찍으며 먼 하늘을 바라 본다. 세상에 어둠이 내리는 시간 마음은 숙연해지고 첩첩한 산 너머 아득한 곳으로 그리움은 달려간다. 여행자는 괜스레 센티한 감성에 잠기고 차는 이미 어둠이 깊게 내린 산길을 한참 더 달려서 윈춘의 집, 정운 초제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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