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37 댓글 4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이랑 처음 같이 간 미용실

엄마 머리 자르는 걸 기다려준 아이

by 행복수집가 Mar 15. 2025

오랜만에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잘랐다.원래는 그냥 긴 머리였고 평소에 고데기로 살짝 웨이브를 넣어 다녔다.


그런데 머리가 곧 허리에 닿을 정도까지 길다 보니 치렁치렁하고 덥수룩해 보여서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주말 미용실 예약을 했다. 이 날 미용실엔 수지와 같이 가야 했는데 수지랑 미용실에 같이 가는 건 처음이었다.


내가 머리 자르는 동안 수지가 기다려줘야 해서 수지에게 조심스레 물어봤다.


"수지야, 엄마 머리 자르러 미용실 간 건데 수지 같이 가줄 수 있어?"


수지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잘 기다릴 수 있다고 했다.


미용실에 가는 것에 수지는 호기심을 가졌고, 자기 머리가 아닌 엄마 머리를 자른다 하니 흔쾌히 간다고 한 것 같다. 어쨌든 자신 있게 잘 기다리겠다는 수지의 말에 안심을 하고 같이 미용실에 갔다.




이 날 내가 예약한 미용실의 규모는 작았지만 손님들이 머리를 할 수 있는 자리 세 개와 대기하는 곳에는 2인용 소파와 1인용 의자가 있는 알찬 구조였다.  


우리가 갔을 땐 이미 손님 두 명이 머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대기석에는 초등학생 정도 돼 보이는 여자아이도 한 명 있었다.아마 이 아이도 엄마 머리 하는데 따라와서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수지를 언니 옆에 앉히고, 겉옷을 벗겼다.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수지가 먹을 초콜릿과자를 꺼내주었다.


"수지야 엄마 머리 자르고 올게, 잘 기다리고 있어~"라고 하니 수지는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나의 머리 자르기가 시작되었다. 어떻게 자르기를 원하냐고 물어보는 미용사에게 내가 원하는 길이를 알려주고 층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미용사는 알겠다 답하고 날렵한 가위질로 내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잘려나가는 머리카락을 보는데 전혀 아깝지 않고 그냥 후련했다. 그동안 긴 머리에 만족한다고 생각했는데, 잘려나가는 머리를 보며 시원한 기분이 드는 걸 보니 이런 변화가 필요했나 보다.


내 머리는 미용사에게 맡기고 손질받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수지는 잘 있나 궁금했는데 내가 앉은자리에서는 수지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아무 소리 나지 않고 조용한 걸 보니 잘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나는 다른 시술은 안 하고 머리만 자르는 거라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미용사는 매우 세심하게 신경 써서 잘라 주셨다.


그리고 드라이와 헤어에센스로 완전히 마무리한 내 머리를 보고 '오? 괜찮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꽤 만족스러웠다.


그동안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100% 만족한 적은 거의 없다. 늘 무언가 부족하고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었는데 이번엔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기분 좋게 미용가운을 벗고 수지에게 갔다.

수지가 달라진 내 머리를 보고 무슨 말을 할까 궁금했다.


"수지야 엄마 머리 다 했어! 어때?"


 "엄마 머리 이뻐! 언니 같아!"


수지의 말에 기분이 더 좋아졌다.

수지가 이쁘다고 하니 진짜 괜찮은 것 같았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마음을 안고 미용실을 나왔다.




그리고 나를 잘 기다려준 수지가 너무 고마웠다.

수지에게 엄마 잘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수지는 기다리면서 있었던 일을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엄마, 기다릴 때 언니가 나한테 귀엽다고 했어."

"언니가 핸드폰도 보여줬어."


수지 옆에 앉아 있던 초등학생 아이가 기다리는 동안 수지를 챙겨준 것 같았다. 덕분에 수지도 기다리는 동안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내가 머리를 자르는 사이 수지에겐 있었던 일을 수지 입으로 듣는 게 참 좋았다.


이 날은 수지와 처음으로 같이 미용실을 간 날이 되었고,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한 특별한 날이 되었다. 이렇게 같이 미용실에 가는 소소한 일도 아이와 하는 첫 경험이 되니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


생각해 보니 난 미용실에 갈 때 항상 혼자 갔지, 누구랑 같이 가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 미용실 갈 때 따라간 적은 있는데 내가 머리 할 때 누군가를 데려간 적은 없다.


내가 머리 하는데 다른 사람이랑 같이 가면 그 사람 시간을 뺏는 것 같아서 불편하기도 했고, 미용실에 가면 올빽 머리를 할 때도 있는데 그건 꼭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약간 쑥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미용실 가는 건 혼자 가는 게 편해서 늘 혼자 다녔는데, 수지가 나의 첫 미용실 메이트가 되어주었다.

수지에게는 나의 어떤 모습을 보여줘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줄 거란 확신이 있다. 수지랑 같이 가는 것에는 거리낌이 없다.


내가 수지와 이런 사이라는 게 새삼 행복했다.

수지는 정말 절친 중에 절친이고 내 평생의 단짝이다.

내 인생에 수지 같은 친구는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유일무이한 존재다.


내 아이는 평생 든든한 내 편이 되어줄 것 같다.

나도 아이에게 그러하듯. 그 누가 뭐래도 무슨 일이 생겨도 나는 언제나 아이의 손을 잡아줄 거니까.


내 아이와 이렇게 둘도 없는 특별한 사이라는 게 무척 행복하다.


앞으로 수지와 어떤 새로운 첫 경험들을 하게 될까 설렌다. 앞으로 수지와 해볼 경험들이 지금까지 한 경험보다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앞날이 더 기다려지고 행복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쓴 책을 아이가 처음 본 날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