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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시간에 밥 먹는 것에만 집중하면서 일어난 변화

'채우기'보다 더 중요한 '비우기'  

by 행복수집가 Feb 03. 2025

요즘 내 일상에 아주 작은 변화 하나가 생겼다.

‘아침 식사 할 때 밥 먹는 것 외에 다른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난 아침을 꼭 챙겨 먹는데 보통 아침을 먹을 때 동기부여 받는 팟캐스트나 오디오북, 아침 확언등을 들었다.

아침 식사시간이 그리 길진 않지만 그 짧은 시간에라도 나에게 뭔가 좋은 생각을 채우고 싶어서 밥만 먹지 않고 꼭 무언가를 듣거나 읽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무언가를 듣고 채우는 것'에 내가 메인다는 것을 느꼈다. 아침 식사 시간에 무언가를 듣다 보니, 먹는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오디오에 더 집중하게 됐다. 그리고 그날  내가 선택해서 듣는 내용이 왠지 내 마음에 안 들면 먹는 걸 내려놓고, 다른 걸 찾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어떤 날은 듣는 내용이 내 마음에 아무 거리낌 없이 편하게 와닿아서 자연스레 듣게 되는 것도 있는데 그렇지 않은 날은 마음이 불편하고 거슬려서 먹는 것에도 집중을 못하고 듣는 것에도 제대로 집중을 못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그 시간에 온전히 집중을 못한 것이다.


이런 날들이 이어질 때 마음이 평안하지 못했다.

내 마음이 평안하려고, 좋아지려고 팟캐스트를 듣는건데 언젠가부터 오히려 마음이 어수선해짐을 느꼈고 이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다.


이 마음을 깨닫고 나서는 꾸준히 해왔던 루틴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아침 식사할 때는 밥 먹는 것에만 집중하고 다른 아무것도 히지 않기'로.




무언가 채우려고 하던 마음을 비우기로 전환했다.

아무것도 안 듣고, 그냥 없으면 없는 대로 비어 있으면 비어 있는 대로 있어보자 하고.


이렇게 마음을 먹은 날부터 바로 시행했다.


아무것도 안 듣고 밥 먹기에만 집중하기로 한 첫날, 그동안 매일 무언가를 듣거나 읽었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식사만 하려니 뭔가 허전하고 조금 어색하기도 했다. 그동안 내가 오랜 습관에 길들여져 있었구나 싶었다.


습관이 참 강한 거라 매일 하던걸 안 하니, 다시 하고싶고 나에게 그게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약간 중독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습관의 힘이 강하게 나를 끌어도, 끌려가지 않고 내 마음이 정한 대로 버티는 것에 집중했다. 그렇게 식사시간에 아무것도 안 하기를 이어갔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하다 보니 아침의 고요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저 식사에만 집중할 뿐인데 마음에 저절로 평안함이 찾아왔다. 그동안 좋은 말을 들으며 좋은 생각으로 나를 채우며 마음의 평안과 힘을 얻기 위해서 팟캐스트를 들었는데 오히려 아무것도 듣지 않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식사에만 집중하는 게 마음이 훨씬 평안하고 좋았다.


채우기보다 비우기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난 무언가를 채우려고 그동안 노력한 건데, 채우려는 노력을 굳이 하지 않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에 집중하며 '비우기'를 하다 보니 오히려 마음은 이전보다 더 평안함으로 가득 채워졌다.


노력으로 채워지는 평안함이 아니라 가만히 놔두니 알아서 스스로 차오르는 평안함이 있었다. 그냥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때 마음 곳곳에 스며드는 평안함. 이게 진짜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식사에만 집중하는 아침 시간은 내 마음을 정리하고 비우는 시간이 되었다. 마음이 꼭 방금 세수를 한 것처럼 가뿐하고 상쾌하다.


그리고 식사에만 집중하면서 또 하나 좋은 것은 아침 풍경의 변화를 눈으로 본다는 것이다.


식탁에 앉은자리 정면으로 거실 창문이 보이는데, 창밖으로는 하늘이 보인다.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밥 먹는 것에만 집중하니, 입으로는 음식물을 씹으면서 시선은 하늘을 보게 됐다. 그리고 식사를 시작할 때와 식사를 다 하고 나서의 하늘 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엔 관심이 없으니 잘 몰랐는데 내가 아침 식사하는 10분 정도의 그 짧은 시간에 하늘 색감의 변화가 뚜렷하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10분만에 세상의 채도가 더 밝아진다. 이 변화를 보는 게 매우 경이롭고 황홀하다.


내가 창밖 풍경에 집중하지 않을 때도 해는 항상 떴고, 같은 시간에 같은 채도로 세상은 밝아졌을 텐데 이전엔 보지 않으니 몰랐다. 그런데 이제는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하늘이 밝아지며 세상이 환해지는 변화를 보게 된 것이다.


하늘 색감의 변화를 볼 때마다 꼭 일출을 보는 느낌이다. '오늘 새 하루가 시작됐구나' 하는 마음과 함께 왠지 뭉클한 감동이 올라온다.

이렇게 시작하는 하루가 무척 행복하다.


내가 이 순간을 제대로 만끽하고 있다는 것을 감각하는 마음이 내가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하루의 시작을 내 몸과 마음의 모든 세포가 느끼는 것 같다.  


이 모든 게 아침에 식사에만 집중하기를 시작하면서 일어난 변화다. 아주 작은 변화가 내가 생각지도 못한, 아니 내 생각보다 더 좋은 곳으로 나를 이끌어준 것 같다. 이런 아침을 매일 맞이하며 하루하루 내 삶이 더 좋은 길로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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