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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스테이트, 얼려 보기

인간과 로봇이 대결한 1990년대의 평행 세계의 빈티지 상상력의 장

by Roman Mar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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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That Shelf)


인간의 상상력은 뒤쫓아갈 수 없는 기술의 진화 속도에 뒤쳐져서 간신히 문명의 그림자를 보고만 있는 중이다. 누구나 젊었을 때는 과학 문명의 이기를 보다 손쉽게 조작하는 방법을 습득하면서 이 같은 시대의 변화를 느릿하게 현기증을 느끼며 뒤따르는 전 세대의 사람들을 안쓰럽게 바라보거나 한쪽 입술을 들어 올리며 비웃으며 살기 마련이지만, 문명 변화에 따른 현기증은 불가피하게 다가온다.


어느새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소설 등의 문화 산물이 더 이상 대중이라 불리는 관객이 힘들여 공부하지 않으면 제대로 해석하기 어려운 기술 문명의 지식을 꼼꼼하게 논리적으로 다루며 형상화하기 시작하면서 이젠 남녀노소 모두가 해석조차 어려운 여러 기술에 대한 현기증을 공유한다.


그러다 보니 점점 층층이 쌓여가면서 현실화되는 첨단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별생각 없이 단순히 방대한 지식과 연결되지 않고 배울 필요도 없이, 로봇이 인간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감정을 느끼며 이야기해도 그것이 어렵지 않은 상상의 산물로 이해되고 현실을 위협하는 곧장 다가올 미래처럼 느껴지지 않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다닐 것임을 "루소 형제"와 이 영화의 스태프는 제대로 짚어냈다.


"크리에이터"와 같은 작품은 정말로 인공지능 안드로이드나 사이보그가 인간과 반목하는 세계의 미래를 그려냈다. 그럭저럭 사랑받을 수 있는 SF영화가 되었다. 하지만 굳이 시의성을 찾아 각각 개봉하는 시대의 미래 기술을 반영하면서 점점 더 복잡해져 가고 첨단의 영상 기술을 굳이 찾아 붙이려고 노력한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와 다크 페이트"와 "매트릭스 4" 등은 흥행면에서 고배를 마셨다.


"넷플릭스"의 지금까지의 제작 방향과는 많이 다르게 전개된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아주 영리하게도 관객의 현기증을 우회하면서도 인간이 1990년대 즈음에 상상했던 인공지능 로봇의 당시 미래상과 두려움보단 친근하면서도 인간적이고 실제의 인간 보다도 더 따뜻하게 안심스럽게 생각하고 말하고 움직이는 로봇과 인간 간의 대결을 마치 "스탠리 큐브릭"의 착상으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2001년에 만든 더 인간적일 수 없을만한 인공지능 로봇이 존재하는 평행세계로 시청자를 데려갔다.


"크리스 프렛"이 "가디언즈 갤럭시" 등에 보여준 안심스러운 인간상이 이 작품에 어울리는 이유다. 마찬가지의 이유에서 "구니스"와 "인디아나 존스 미궁의 사원"이라는 1980년대 작품에서 모험에 참여한 소년 역할을 하고 나서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할리우드로 돌아온 "키 호이 콴"이 출연한 이유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작품에 감동해 온 세대의 관심을 다시 붙잡아오며 여러 세대를 공략했다.


공략이란 표현을 쓰니 왠지 이 작품에 상업적인 전략을 마케터란 직업에 맞게 붙이고 있는 나 자신이 좀 쪼잔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아무리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창작자의 꿈이자 거짓 없이 순수한 소망이라고 해도 흥행 작품을 만들지 못하면 그 창작자에겐 더 이상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루소 형제"라면 이름값에 걸맞은 흥행작을 어떻게든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의무를 성실하게 잘 수행하고 그저 첨단 기술과 히어로와 초능력이 맞물리고 거대한 악당과 음모가 맞물리는 복잡한 플롯이 아니었어도 역으로 대중이 원하고 굶주렸던 보다 편안한 인간과 로봇 간의 아무 생각 없이 따지지 않고 볼 수 있을 작품을 만들어 낸 것에 감사한다. 복고풍의 인간과 로봇 간의 대결과 화합을 그려준 이 작품은 보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흥미진진함을 잃지 않았다.


시대를 뒤로 돌아가서 오히려 이 시대의 대중이 원하는 작품을 시의적절하게 가져온 아이러니를 제대로 보여준 이 작품을 보기를 추천한다. 내가 본 이 작품에 대한 인상을 하나의 그림으로 그려서 얼려본다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내가 받은 느낌은 영화 속 캐릭터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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